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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칼럼-오늘도 나무에게서 배운다

새김천신문 기자 입력 2022.01.12 16:09 수정 2022.01.12 16:13

백승한(수필가·순천제일대 기획처장)

아침 산책길에 400여 년 동안 한자리를 우직하게 지켜온 보호수인 팽나무 할아버지를 만난다. 지겨울 법도 한데 여전히 세상이 새로운 듯 봄이면 새순이 돋고 여름이면 꽃을 피우고 가을에는 낙엽이 지고 겨울이면 북풍한설을 막아내고서 다시 새봄을 준비하는 그 모습이 볼 때마다 경외스러울 뿐이다.

얼핏 봐도 나무가 주는 이로움은 셀 수 없이 다채롭다. 영양분과 산소를 만드는 광합성 작용, 뿌리부터 잎사귀까지 사람의 기호와 건강을 위해 사용되어지는 열매, 약재 그리고 음료, 그뿐인가 뜨거운 여름날 사람들의 그늘이 되어주고 바람막이로서 농작물을 보호해주기도 하며 산사태를 막아 마을을 보호해주기도 한다. 이뿐인가. 동물들의 유용한 터전이기도 하면서 미물인 곤충, 미생물이 생명활동을 할 수 있게끔 실로 아낌없이 주는 게 나무인 것이다. 심지어 마지막은 숯으로 산화되어 하나도 쓸모없는 것이 바로 나무인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이러한 나무의 무한한 덕을 예술로 승화시켜 예나 지금이나 배우려고 한다.

빈센트 반 고호는 해바라기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할 정도로 사이퍼러스 나무에 남다른 매력을 느끼고서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 식물매거진 BY GREENERY(블로거)에 의하면 그의 인생 전반적으로 깔린 내면세계는 사이퍼르스의 전설처럼 음침하고 축 늘어져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어둡기만 한 것 같은 고흐와 사이퍼러스의 닭은 점을 발견해 냈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알려져 있다는 점과 그래서인지 지난 100년 동안 우리의 마음속에 제일 사랑받는 화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고흐의 그림 속에는 오벨리스크처럼 태양의 신을 따라 하늘 높이 오르고 싶지만 땅에 붙은 채 어둡고 짙푸른 사이퍼러스를 보고 인간의 한계에 고뇌하는 고흐 그리고 내 자신이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무가 되고 싶었던 화가 박수근의 나목 시리즈. 그리다GRIDA(블로거)에서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똑같아 보이는 ‘나무와 여인’에 대한 화백의 강렬한 의지를 소개하고 있다. 거친 듯한 화강암의 질감이 느껴지는 그림기법은 우직함, 포근함을 내포하고 있으며 가장 향토적인 소재를 통해 선명하고 간결함이 극도 대비를 이뤄내는 그림기법도 기법이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어머니의 강인함과 나무가 주는 든든함을 작가는 주위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집념있게 표현을 했다. 나무와 여인은 작가에게 쉼이었고 위안이 되는 소재였다. 격동의 근세를 살아간 작가가 지킬 것은 지키고 살자고 심약한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아니었을는지.

한국인이 유독 사랑하는 천재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는 생물학적 나무가 아닌 인문학적 나무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채널 예스(노지은)에서, 이 책의 프랑스어판 제목이기도 한 ‘가능성의 나무’는 가장 직접적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질문’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그는 역사에는 순환이 있고 때문에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깊이 사고한다면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을 예측할 수 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가능성의 나무’를 상상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식과 직관을 결합하여 만든 나무 모양의 도표. 이 나무는 ‘미래에 지구와 인류와 인류의 의식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표시한 수형도’라고 할 수 있다.

“몇 수 앞을 내다보며 최선의 응수를 찾아내는 체스 프로그램의 원리를 이용하면 인류가 나아갈 최선의 길을 보여 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 133쪽) 더 놀라운 것은 나무는 계속해서 자란다는 점. 인류의 미래의 길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장자(莊子)’의 달생편(達生篇)에서 나오는 목계지덕(木鷄之德)도 초스피드로 대변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울림이 크다.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중도일보)’에서는 과학의 발전에 비례하여 양심, 인내, 관용, 겸손 등 인간이 갖는 기본적 가치는 점차 우리 곁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고 지적한다.
목계(木鷄)가 되려면 세 가지 조건이 있다. 1. 자신이 제일이라는 교만함을 버려야 한다. 2. 남의 소리와 위협에 쉽게 반응하지 않아야 한다. 3. 상대방에 대한 공격적인 눈초리를 버려야 한다. 즉 자기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광채와 능력을 상대방에게 드러내지 않기에 그 빛은 더욱 빛날 수 있고 목계(木鷄)처럼 자기감정(自己感情)의 평정(平靜)을 유지할 수 있기에 남들이 쉽게 도발하지 못하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아들 이건희 회장에게 가르친 것으로도 유명하며 이순신 장군께서 옥포해전을 앞두고 병사들에게 전장의 여유와 냉철함을 가질 수 있도록 한 말씀이기도 하다.

문득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이하여 나만의 인생나무 한 그루 가져 봄이 어떨지 생각해본다. 용맹한 호랑이의 기운도 좋지만 나무의 덕도 나누고 인내도 터득하고 베품도 배우는 겸손 하고픈 나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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