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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 예술

새김천시단- 선물

새김천신문 기자 입력 2021.02.17 09:48 수정 2021.02.17 09:48

전명하(시인·부곡동 금류아파트)


입김을 모아 유리창에
‘봄’이라 써 놓은 손글씨
봄의 ㅁ은 깨끗이 소제한 우물이고
봄의 ㅂ은 액을 막는 뚜껑이네요
고무줄 뛰고 놀던 옛집 마당에
우물 파던 날
우물 바닥엔 오래 그을린 구들장을 놓아야
맑은 물 얻을 수 있다던 아버지
먼저 “고수레” 하고 새참 먹듯
동그랗게 둘러앉은 묵정밭에
한참 쪼그려 앉아 봄볕을 어루만져 보는데
주소 없이 보내온 이 봄은 아무래도
아버지가 내 앞으로 보내신 게 맞는 것 같아요
눈 감고 옛길 더듬으면
지금도 아버지의 그 보리밭 초록이 출렁거려요
아껴 쓰려고 입속말로
“봄”하고 되뇌어 보면
오래 덮어둔 우물
뚜껑 열리는 소리 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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