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선남선녀인 우리는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리고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혼탁한 주장에 매료되기 쉽기 때문이다. 위정자들은 권모술수가 뛰어나서 아무리 옳은 말도 올바른 주장도 궤변으로 뒤집어 놓기 때문이다. 혼돈의 강물이 탁하게 흐르면 아무리 맑은 물도 혼탁해지기 마련이다.
이때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관리나 시민에게 권하고 싶다. 백성을 다스리는 목민관은 어떤 정신과 철학을 가지고 정치를 해야 하는가를 잘 제시해 주기 때문이요 백성은 이를 통해 어떤 관리가 참다운 목민인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자의 명언에 정치의 정(政)은 정(正)이라고 했다.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나라를 바로 잡는 것이다. 나라를 바로 잡으려면 먼저 목민관이 가져야 할 것은 수신이다. 먼저 인격수양이 잘된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 모범이 되는 인격이어야 한다. 인격수양이 부족한 사람이 정치를 할 때 나라를 어지럽히고 분란을 초래한다. 정치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귀감이 되는 인격과 애민정신으로 백성의 삶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어야 한다.
청백리 정신으로 법을 존중하며 모든 사람의 귀감이 되는 사람이어야 한다. 관리는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국민이 관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의 정치행태를 보면 관리가 시민의 위에 서려고 행동하는 것을 너무도 많이 목도하게 된다. 작은 행사라도 꼭 자기가 내빈으로 소개되기를 바라고 또 소개를 부탁하기도 한다. 완전히 주객이 전도되어 행세한다.
더구나 나라를 다스리겠다는 자들이 자기의 지식과 권력을 자기 치부와 권모술수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몰염치한 정치꾼, 백성의 삶을 돌봐야 하는 공무원이 자기 명예나 추구하고 군림하며 오히려 섬김을 받으려는 자세는 이제 이 땅에서 사라졌으면 한다. 이 땅의 지도층은 의식구조가 잘 못 되어 있는지 전혀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외면하고 있다. 과욕과 온갖 비리들이 사회를 얼룩지게 하고 있다.
사회가 병들고 있다. 나라가 두 동강이 나더니 이제는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논리로 갈라져서 내 편 아니면 무조건 나쁘고 내 편은 무조건 정의롭다고 하고 있다. 최고의 지도층이라는 자들마저 앞장서서 편을 짜고 있다.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이들의 행태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정의고 공정이고 구분이 안 된다. 말로만 공정을 외치고 뒤로는 호박씨를 깐다. 이를 지적하면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만들어 버리는 재주에, 묘한 술책으로 국민을 혼돈으로 끌어가고 있다.
사상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잘못된 사상으로 후대인들까지 불행으로 몰아가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염려도 떨칠 수가 없다. 우리 후손들은 사상에 치우치지 않고 아름답게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이 땅의 자손들이다. 문제는 자기가 현재 잘하고 있는지 잘못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옳고 그름의 시시비비는 가려야 하지 않겠는가. 누가 봐도 명약관화한 것을 내 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부정해 버리는 일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도 정치를 잘하고 못 하고의 최소한의 기준을 정립해야 할 일이다. 그 해답의 하나로 맹자의 무항산 무항심을 들 수 있겠다. 항산이 없으면 항심이 없다고 맹자는 역설하고 있다. 항산의 산이란 현대의 경제다. 경제적 안정이 없이 정신적 생활의 안정이 불가하다는 말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경제적 안정은 백성을 평강하게 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정치의 기본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경제적 안정이 없으면 정신적 안정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잘하는 정치는 경제를 부흥시키고 국민을 안정시키는 일이다. 누가 아무리 무어라 해도 정치가는 국민에게 항산을 해야한다. 다시 말하면 경제안정으로 민생안정이 제일이다. 경제에 실패하면 정치를 실패한 꼴이 된다.
무항산 무항심은 경제적 안정이 없이는 정신적 안정도 없다는 결론이다. 국민의 마음이 편안하려면 먼저 경제를 살리는 정치이어야 한다. 정치꾼들의 온갖 술책에도 국민은 항상 옳은 판단을 내리면 저절로 사회는 정화되고 행복한 나라가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