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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종합

시론- 썩어도 너무 썩었다

새김천신문 기자 입력 2020.02.04 14:08 수정 2020.02.04 15:16

송일호(소설가·전 대구소설가협회 회장)

고위층의 부정부패를 보고 국민은 분노한다.
중학교도 진학하기 어려웠던 50~60년대 천재발명가 에디슨은 학생들의 우상이었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는 에디슨의 어록을 책상머리에 커다랗게 붙여놓고 열심히 공부를 했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훌륭한 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들이 자라 사회생활을 하면서 에디슨의 어록이 얼마나 엉터리인가를 알게 된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가난한 부모를 만나면 진학을 포기하고 아까운 천재는 사라지게 된다.
금수저의 부모를 만나면 보궐입학이라는 것이 있어 논 3마지기만 팔아주면 전국의 일류고등, 일류대학을 골라잡아 갈 수 있었다. 지금은 서울 강남의 자식들이 서울 일등대학 60%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들이 지금 세상을 움켜쥐고 요리하고 있다. 지방대학 출신은 고위직에 이름도 찾아볼 수 없다. 지방대학은 점점 더 서울 일등대학의 들러리에 머물고 있다. 갈수록 학연, 지연, 혈연이 출세의 지름길이 되고 학연, 지연, 혈연이 없으면 고위직은 생각도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 나라는 그들의 것이 되어있다.

역사적으로 지금과 같이 여당과 야당, 좌파와 우파, 네편 내편이 되어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워본 일은 없다. 그 중심에는 일등대학출신끼리 치열한 싸움에 앞장서고 있다. 오는 4·15 총선에서 이들의 피나는 싸움을 구경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정부패도 당연한 것 같이 그들의 것이 되어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큰 역적은 이성계이다. 이성계는 고려 우왕과 최영장군의 북벌 명을 어기고 이화도에서 회군하여 쿠데타를 일으켜 나라를 세웠다. 그때 만일 북벌을 하였다면 요동반도 즉 고조선은 우리의 것이 되었다. 명나라는 건국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 큰 영토를 통솔할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게만 되었다면 우리나라는 큰 영토에 강국이 되어 지금쯤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이성계는 후궁자식인 방석을 세자에 책봉하자 이방원은 방석형제와 정도전, 최영 장군, 정몽주를 죽이고 임금이 되자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조선은 500년 동안 당파싸움만하다 결국 우리의 것을 배워간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다.
관존민비(官尊民卑), 사농공상(士農工商)의 계급사회를 만들어 그들만 호의호식한 3%의 양반은 지금의 나라꼴과 너무나 닮아있다. 6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피가 그대로 흐르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거기다 친일파들의 후손까지 부귀영화의 혈통을 이어받고 권력을 누리고 있다. 이 땅에 정의가 없어진 것이다.

청문회 때 높은 사람들의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군 미필, 세금포탈은 단골메뉴였고 이들 대부분이 양반과 친일파 후손들이었다. 교육열이 제일 높다는 이 나라에 일꾼이 없고 깨끗한 사람이 없다. 국무총리가 1년 가까이 공석이었던 부끄러운 현실을 우리는 통곡해야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교육, 입법, 행정, 사법, 심지어 나라를 지켜야 하는 무기까지, 위에는 대통령으로부터 밑에는 서민까지 등쳐먹는 부정부패가 신문이나 TV 뉴스에는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왜 여당은 죽기 아니면 살기로 정권을 빼앗기지 않으려 하고 왜 야당은 죽기 아니면 살기로 정권을 빼앗으려 하는가? 그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먹이사슬 때문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대낮에 등불을 들고 다니며 깨끗한 사람을 찾는다고 했다. 고위층의 부정부패에, 국민은 분노에서 실의로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각인되고 있다. 도대체 썩지 않은 곳이 어디인가? 사회 구석구석 썩어도 너무 썩었다. 우리 속담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다.
서민들은 밤거리가 무서워 마음대로 다닐 수 없고 열쇠를 한 꾸러미 차고 다녀도 불안해서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국민을 개, 돼지로 말한 고위공직자는 “신분제를 부활시켜야 한다” “99%의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했다. 조선시대 양반은 3%밖에 되지 않는다. 서민은 이 3%를 위해서 존재해 왔던 것이다. 조선시대 양반과 상놈의 세상으로 되돌아가는 느낌마저 든다. 실제 되돌아와 있다.
바닷물이 짜다 소금이 있기 때문이다. 소금의 농도는 3%밖에 되지 않는다. 이 3%의 위력이 대단하다. 우리나라 돈, 땅, 권력, 3%가 다 가지고 있다.

재벌의 자식은 태어나자마자 재벌이 되어있고 거지 자식은 태어나자마자 거지가 되어있다. 노력 가지고 되는 세상이 아니다. 일등대학은 전국 부자들의 자식이 다 차지하고 있고 부정입학은 전 국민을 실의에 빠지게 했다. 개천에 용 났다는 말은 전설로 사라졌다.
공기업이나 큰 자리도 낙하산 인사로 되어있다. 빈부의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돈이 계급장이 된 사회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산과 같다.

행복지수 108위, 부패 43위, 자살률 1위, 저출산 1위, 대학진학률 1위의 나라가 청년실업으로 뒤덮여 있다. 조선시대 대감을 먹여 살린 것은 머슴이고 종이다. 우리나라 기업을 살리는 것은 비정규직이다.
공산주의가 왜 망했는가? 당원과 그 추종자들만 잘 먹고 잘살았기 때문에 망했다. 땀 흘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살자는 자본주의가 놀고먹는 특권층만 잘살면 자본주의도 망한다.

로마가 망한 것은 힘이 없어 망한 것이 아니고 부패해서 망했다. 국민은 지금 실의에 빠져있다. 거기다 중국 의안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까지 강타하여 웃음마저 잃었다. 오호~ 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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