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뛰노는 아이들 볼 때마다
난 어느새
어린 시절 고향 마을
아무 걱정 없이
산으로 냇가로 골목길 달리다
그만 놀고
이제 저녁 먹자
엄니 야단맞고 붙들려 들어가고
누나 시켜
동무들 부르는 소리
섭섭해서 섭이
최고가 되거라 고야
뒷간에서 낳았다고 뒷간이
식아 길아 도살아 종말아
위집 둘째딸 두리
또 낳았다 또순이 그만 낳자 끝님이
설마 이번에야 하다 괜히 낳았다고 케니
아들 못 낳은
엄마의 고단한 사연 그리운 이름들
숙제는 언제 하려고
저녁별 총총히 돌아갈 줄 모르던
식이랑 길이랑 도살이 종말이
두리 끝님이 케니 또순이
고향 마을 골목길을 달리는데
담장 너머
남자 아이들처럼 휘파람 불며
집 앞 골목길 자주 서성이던
외로운 꽃순이는 어디서 살고 있을까
*개령 출신 시인으로 현재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