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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합

추모- 두메꽃 같은 삶 살아온 장정문 시인

권숙월 기자 입력 2019.11.16 15:31 수정 2019.11.17 13:16

“내 죽으면 잊혀 질까 죽지 않곤 못 떨칠 하늘
어머님 먼 손짓되어 날 부르는 김산읍내”


김천 출신 장정문 시조시인이 83세를 일기로 11일 별세했다.
그동안 남양주에서 생활하다 고인이 된 장정문 시인은 꿈에도 잊지 못한 고향에 돌아오지 않고 13일 분당메모리얼추모공원 36열에 안장됐다.

1936년 교동에서 출생해 김천고를 거쳐 동아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68년 신아일보와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조 ‘석굴암대불’과 ‘두메꽃’이 각각 당선돼 화려한 문단 데뷔를 했다. 그동안 시조집 ‘두메꽃’과 ‘사향춘(思鄕春)’을 발간해 호평을 받았다.

어제 온 사람 있어/ 고향 소식 물었더니/ 사립문 열려진 채/ 마을은 비었는데/ 우리 집/ 해묵은 살구나무/ 꽃이 지고 있더라네.// 돌아간들 누가 알까?/ 반겨줄 이 하나 없이/ 봉황루 올라서서/ 추풍령 바라보면/ 웬 아이/ 찾아와 묻겠지/ 어디서 왔느냐고?// 나 또한 너희들로/ 여기서 철이 들어/ 구름처럼 떠돌다가/ 이제야 돌아오니/ 반갑다/ 할 내 친구는/ 산에 가고 없다하네.
두 번째 시조집 제목이 된 ‘사향춘’ 전문이다.

장정문 시인은 김천고 국어고 교사로 재직하던 1978년 이경안, 정순량, 황명륜, 권숙월 등 시인과 김천시문학회를 창립, 초대회장을 맡아 ‘김천문학’의 전신인 ‘김천시문학’을 창간하는 등 향토문학 발전을 위해서도 큰 기여를 한 시인이다.

1979년 서울로 올라간 장정문 시인은 작품을 통해 고향이 얼마나 소중하고 사무치게 그리운 재산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시조집 ‘사향춘’에 수록된 61편 대부분이 고향 김천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삼산’, ‘이수’, ‘오일장’, ‘봉황루’, ‘팔각정’, ‘약물내기’, ‘장승배기’, ‘향교’, ‘고부할머니’, ‘학탑’등 ‘내 고향 김천’(가을바람에도 늙지 않는 이야기)’이라 밝힌 작품은 물론 ‘원추리꽃’, ‘호박꽃’, ‘할미꽃’, ‘민들레꽃’, ‘찔레꽃’ 등 꽃도 고향 김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꽃을 소재로 했다.

‘망향사(望鄕詞)’역시 ‘사향춘’처럼 눈물겹게 읽힌다.
고향에/ 살다가/ 시들해서 버린 고향이// 고향을 떠나 와선/ 이렇게도 그리워서// 구름길/ 따라가다가/ 놀에 젖은 눈시울.// 내 죽으면/ 잊혀 질까/ 죽지 않곤 못 떨칠 하늘// 철따라/ 흔들리는/ 세월바랜 하얀 억새// 어머님/ 먼 손짓되어/ 날 부르는 김산읍내.

장정문 시인은 생전에 그렇게나 그리워하던 고향 “내 죽으면 잊혀 질까 죽지 않곤 못 떨칠 하늘//……// 어머님 먼 손짓되어 날 부르는 김산읍내”로 돌아오지 못하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 나라로 떠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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