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까끄래기 찌르는 초실 보리밭
우리 어머니 보리타작하다가 날 낳으셨다네
음력 유월, 오후 세 시와 땡볕 사이
울 할매 다섯 번째 손녀딸로 태어난 나
사촌 언니들이 신기하여 안아주면
울 할매 뺏어다 웃목에 휙 밀어 두었다지
- 디지던가 말던가 냅뚜부리
마실에서 기중 이뿌다는 할매,
왼쪽 엄지손가락 옆 작은 또 엄지손가락
아따 그 신기한 육손가락으로
곰방대 담뱃가루만 꾹꾹 눌러 담았다네
보리 낱알 털어 낸 숯돌 들마당에
도리깨질 두드려 보리 지푸라기 머리수건 탁탁 털고
짜내도 우리 어머니 젖은 안 나오고
배고픔에 지친 핏덩이 울음소리 대신
울 할매 곰방대 연기만 큰 방 가득 찼다지
- 후우 훠이 남사시러배서
저녁 가마솥 보리밥 끓어 오를 때
어머니 서둘러 밥물 서너 숟가락 떠먹였다지
- 무라 쌔이 무야 산대이
- 꼼지락 꼼지락 얼라가 살아났데이
해 넘겨 출생 신고해도 아, 나 정말 태어났다네
땅끝순례문학관 들러 녹우당 보리밭길 걸었네
일렁이는 보릿대 고랑 사이로
지금은 구미 봉곡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가
핸드폰 카메라 렌즈에 일렁이네
- 오매? 이래 날도 뜨거분데 여나 낳아 줘서 고마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