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서울신문,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으로 등단한 성국희 시인의 ‘꽃의 문장’, ‘미쳐야 꽃이 핀다’에 이은 세 번째 시조집 ‘당신이 오시기에 12월은 봄입니다’는 ‘식물성 관계’, ‘달빛 범람’, ‘불의 변주’, ‘노을 12곡(曲)’ 등 72편의 시조가 4부로 나눠 편집됐다.
당신이 오시기에 12월은 봄입니다/ 열차가 닿고 있는 플랫폼에 아지랑이/ 동동동 내 까치발에 얼음꽃, 봄입니다
시조집 제목이 나온 ‘마중’ 전문이다.
성국희 시조집 맨 뒤쪽에 수록된 ‘노을 12곡(曲)’이 특히 눈길을 끈 역작(力作)이다. 12곡 중 1‧2‧3곡을 보자.
당신은 서녘의 꽃, 나는 영영 눈먼 나비/ 당신과 나 사이에 잉태된 시(詩)가 있어/ 숨 멎는 고요 끝자락, 별 하나를 낳아요
저물수록 눈이 부신 당신 노래 난 모르고/ 못 갖춘 악보 한 장 목메어 그리는 나/ 속마음 뉠 자리 없어 느낌표만 보탭니다
얼마나 애태우며 또 하루를 건너시나/ 지상의 거친 욕망, 양식의 오랜 불균형/ 뜨겁게 껴안아야 할 소명임을 아는 당신
성국희 시조집 ‘당신이 오시기에 12월은 봄입니다’ 발문은 이승하 시인이 썼다.
이승하 시인(중앙대 교수)은 ‘이 시대에 이런 아픈 사랑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제목의 발문을 통해 “놀랍게도 72편이 모두 연가(戀歌)”이며 “누군가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 고백”으로 보았다.
“이 책은 아직 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동경을 심어줄 테고 사랑의 아픔을 겪은 사람에게는 위안을 전해줄 터이다. 남녀 간의 사랑이 아름답지 않고 혼탁하기까지 한 이 시대에 이런 순수한 사랑을 다룬 시집이 한 권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먹을 벼루에 오래 갈아서 붓글씨를 쓰듯이 한 글자 한 글자 언어의 세공미가 눈이 부실 정도인 이 시조집은 그리 크지는 않지만 하나의 금자탑이라고 칭하고 싶다.
시인은 이들 작품을 쓰면서 그 사랑을 다 이루었다. 불완전한 사랑이 아니라 완전한 사랑을, 희미한 사랑이 아니라 분명한 사랑을. 환상 속의 사랑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랑을.”
1977년 김천 출생의 성국희 시인은 제6회 백수 정완영 전국시조백일장 장원, 제5회 천강문학상 시조부문 우수상, 2022년 대구문학 작품상, 2024년 청도문학 작품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5년 대구문화재단,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발간지원금을 수혜받았다.
시조21 시선 54로 발간된 성국희 시조집 ‘당신이 오시기에 12월은 봄입니다’는 100쪽 분량이며 책값은 12,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