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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기획기사

김천시의회, 폐플라스틱(SRF) 소각시설과 생존투쟁 중인 연천을 가다

유아영 기자 입력 2024.10.04 15:38 수정 2024.10.04 15:42

김천시의회 환경오염대책특별위원회
‘김천 신음동 SRF 소각시설’ 가동으로 발생될 현장 모니터링하고 타 피해 지역 사례 등 다각적 의견 청취

김천시의회 환경오염대책특별위원회 임동규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지역에 들어설 SRF(고형폐기물연료) 소각시설의 피해 실태를 점검하고자 지난 2일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대전리를 방문했다.

이는 지역 내 SRF(고형폐기물연료) 소각시설 건축허가 교부와 이를 반대하는 시민들 간의 갈등이 첨예한 상황 때문이다. 김천시에서 하루에 소각될 폐기물 360톤과 유사한 양을 소각 처리하고 있는 타 지역의 피해사례를 직접 확인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번 방문은 지난 7월 18일 청주시 북이면 소각시설 방문에 이은 두 번째 현장 방문이다.

연천군 청산면 대전1리 청산대전일반산업단지 내에는 ㈜보광에너지와 씨에스에너지㈜ 2개의 SRF 열병합 소각시설이 운영 가동 중이며 두 업체는 대전 1리에 거주하는 30가구와 불과 60m 반경에 위치하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강력히 반발하며 2개의 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통령, 경기도지사, 법무부 장관, 국토부, 환경부, 감사원, 국방부, 국민의힘, 연천군 등 민원과 진정·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천군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갈등 조정 특별팀을 통해 적절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민 지원책으로는 대전1리 복지회관 악취측정기 설치, 주민지원사업 운영(공기청정기 구입, 냉난방비 지원), 환경오염 취약지역 주변 영향조사 용역을 비롯해 연천군 소속 환경팀 공무원 전원이 복지회관 2층에 별도의 사무실을 꾸려 실시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SRF 열병합 소각시설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이산화황, 질소산화물질, 미세먼지 등은 주민의 생활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어 이러한 지원만으로는 갈등 해소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SRF 열병합 소각시설 연기로 인한 주민 생활권·생명권 위협
대전1리에 도착하자마자 공장에서 나오는 희뿌연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SRF(Solid Refuse Fuel)는 폐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고형폐기물연료이다. 한때 신재생에너지로 취급되며 SRF 열병합 소각시설 건립을 권장했지만 현재는 신재생에너지에서 제외됐다. SRF 열병합 소각시설은 산업단지 내 공장들에 스팀과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지만 주민들에게는 폐플라스틱을 태워 각종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폐기물 소각장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보광에너지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유해 물질 배출 기준치를 초과해 18차례나 적발됐고 씨에스에너지㈜ 또한 2번의 적발과 2번의 계도 조치를 받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4년 사이에 지역 내 거주하던 200여명 중 40명 정도가 암으로 사망했고 현재는 150명 정도만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 이사 오거나 새집을 짓는 사람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김순복 노인회장은 “암으로 사망한 사람들 대부분이 폐질환이나 호흡기 문제로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황의혁 부위원장은 “추적60분에서 나왔던 것처럼 아버님은 상태가 매우 안 좋은 채로 누워계시고 우리 마을 사람들은 날씨가 더워도 악취와 먼지 때문에 창문도 못 열고 살고 있다”고 걱정했다.
청산대전일반산업단지는 과거 무허가 섬유 업체가 난립한 곳으로 이로 인해 한탄강 수질이 급격하게 나빠지기도 했던 지역이다. 대전1리 주민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곳으로 인해 피해를 받으며 살아왔는데 이제는 3대째 이어온 삶의 터전에서 생활권과 생명권, 재산권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SRF 열병합 소각시설 오염물질로 인한 주민 재산권·농업권 위협
20년 이상 콩을 재배해 온 황 부위원장은 작년부터 콩농사(백태)에 실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황 부위원장은“광합성에 민감한 백태의 잎이 타서 콩알도 작고 수확량도 크게 줄었다”며 “인근 다른 토지는 멀쩡하게 잘 자라고 있지만 같은 흙에 거름과 농약을 사용했는데 작년부터 이곳의 콩만 8월에 잎이 단풍 든 것처럼 타고 있다”고 지적한다.
SRF 열병합 소각시설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 중금속,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미세먼지 등 다양한 오염물질은 대기나 토양을 통해 농작물이나 축산물에 흡수될 수 있고 이는 결국 인근 주민들이 섭취하는 농산물과 축산물에 대한 안전성을 위협한다는 것.
이러한 농·축산물 오염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지역의 농업 및 축산업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어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환경부·경기도·연천군의 뒤늦은 행정 대응
소각시설 시험 가동 후 다수의 주민들이 두통을 호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알게 된 윤종영 경기도의원은 경기도 환경공단 직원들과 함께 마을을 방문해 대기 상태를 점검했고 이 자리에서 황 부위원장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환경공단 직원들에 따르면 마을에는 이미 악취와 유해 물질을 감지할 수 있는 기계가 설치돼 있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기계로 수집된 정보를 연천군 환경과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천군 관계자들이 이 사실을 한 번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황 부위원장은 연천군에 측정된 수치 정보를 요청했고 소각시설 시험 가동 기간 휘발성유기화합물(VOC) 수치가 급격히 증가했음을 확인했다.
그동안 수차례 요청해 온 시설 폐쇄가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연료를 SRF에서 LNG로 바꿔달라는 요구를 연천군이 최근 경기도에 건의했다.

또한 환경부는 현재 ‘환경오염 취약지역 주변환경 영향조사 용역’을 진행 중이며 이는 6개월 내 완료될 예정이다. 만약 용역을 통해 문제가 발견된다면 정부가 먼저 주민들의 피해에 대한 보상 조치를 취하고 이후 해당 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라고 한다.

청산면 대전1리와 마찬가지로 신음동 SRF(고형폐기물연료) 소각시설도 설치 후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아닌 사전에 상황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임동규 위원장은 SRF 열병합 소각시설로 인한 피해지역 현장 모니터링에 이어 ‘김천시 신음동 SRF(고형폐기물연료) 소각시설 주변 환경, 주민건강 및 농·축산물 오염 가능성 연구용역’ 실시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이 용역을 수행할 업체를 모집 중이다.

임 위원장은 "건축허가가 이미 났지만 더 늦기 전에 SRF 소각시설의 오염 가능성과 주변 지역 영향을 조사하고 예측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SRF 소각시설에 대한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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