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선 동시집 ‘그래, 그러려무나’(퍼플)가 발간됐다. 6학년 손녀 정시율이 그림을 그린 정정선 동시집 ‘그래, 그러려무나’엔 ‘메밀꽃 팝콘’, ‘얘들아 도망가자’, ‘별똥별 집배원’, ‘엄마가 없는 집’ 등 64편의 동시가 4부(네 송이)로 나눠 편집됐다.
원색 인쇄의 동시집은 할아버지 정정선(위)과 손녀 정시율(아래)의 자기 소개로 시작됐다.
-“누구나 보면 방실거리는 천진불이 뒤뚱 걸어오면 주름 사이로 번지는 미소 아이처럼 살고 싶습니다.
수필, 시, 동시, 시조로 등단했습니다.
2016년 ‘집으로 가는 길’을 펴냈습니다.”
-“책을 많이 읽어 독서왕이 되었어요.
손으로 만지는 건 다 잘해요.
그래서 그림도 잘 그려요.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은 시율이랍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우리 시율이 하면서 핸드폰에 있는 사진을 맨날 보면서 웃는대요.”
“할아버지!/ 왜?/ 열차 안에서 책 읽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어요./ 어떻게 알았어?/ 제가 화장실 갔다 오면서 둘러보았어요./ 잠자는 사람, 핸드폰 만지는 사람밖에 없어요.
아이들이 자연을 보고 아름답구나 하면서 글을 쓰고/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감동을 글로 옮길 줄 아는/ 정서가 풍부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감성이 메마른 어른도 동시를 쓰고 읽으면/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살 수가 있을 것 같아요.
“그래, 그러려무나.”/ 할아버지 할머니의 구수한 대답입니다.”
서문을 대신한 ‘들어가기’ 전문이다.
표제 동시는 이렇게 썼다.
하얀 쌀밥에 콩이 듬성듬성/ 나는 영양분이 많은 콩/ 먹으면 공부도 잘하고 몸도 튼튼해져/ 꾀지 마라/ 그래도 난 싫다/ 먹고 싶지 않아// 눈치보면서 동생 밥에 슬쩍/ 할머니, 누나가……/ 아범도 어릴 때 콩 싫어했는데/ 꼭 닮았구나/ 콩 한 알 우물우물/ 억지로 먹지 마라/ 할머니, 초등학교 입학하면 먹을래요/ 그래, 그러려무나.
*음식을 가려먹는 친구가 많아요. 영양가 많은 콩 초등학교 입학하면 꼭 먹어야 해요.
작품마다 강조하는 말을 단 것도 특이하다.
할아버지가 쓴 동시에 손녀가 그린 그림으로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더한,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정정선 동시집, ‘그래, 그러려무나’는 121쪽 분량이며 값은 15,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