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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칼럼- 효의 본질

새김천신문 기자 입력 2024.01.25 15:48 수정 2024.01.25 15:51

류성무(수필가·전 김천시농업기술센터 소장)

송강 정철의 시문에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기를 다 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퇴계 이황은 “효는 백행의 근본이고 천지 모든 인간의 지도 원리이다”라고 했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이유는 부모를 선택해서 모신 것이 아니라 천륜에 의하여 첫째 부모는 나를 낳아주신 은혜, 둘째는 부모가 나를 길러주신 은혜이다.

이퇴계가 제창하는 삼효(三孝)는 첫째 대효(大孝)인데 부모를 존경해야 하며 둘째 효는 부모에게 순종해야 하며 걱정을 끼치지 않고 마음을 편안하게 할 것이며 셋째 효가 능양(공양)이다. 능양은 부모에게 좋은 음식과 좋은 옷으로 대접하고 또한 용돈도 충분히 드리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이들은 물질 효인 셋째 효 능양을 제일 효라고 잘못 알고 있다.

우리 사회는 경로효친 사상에서 가정에서는 물론 부모를 공경하고 봉양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사회생활 속에서는 시내버스나 도시 지하철 승하차 시 젊은이들이 노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미덕은 젊은이들의 장래를 바라보는 흐뭇한 마음을 안겨준다.

효에는 사전효(死前孝)와 사후효(死後孝)로 구분하는데 사전효는 생전에 주어진 효를 다하는 것이며 사후효는 사후에 제사와 시제를 지내고 벌초를 하며 예전에는 부모의 거상(居喪) 중에 묘 옆에 움막을 짓고 시묘살이를 했다. 그 외에도 종친회니 화수회라 하여 뿌리를 섬기면 나무의 줄기와 잎이 무성하듯이 보이지 않는 조상을 섬기면 자손이 번성하고 성공한다는 것이다.

삼효를 다 실천하는 효에 있어서는 선현들은 한양에서 벼슬자리에 있다가도 부모가 노령하시면 낙향하여 아침저녁으로 부모의 침소에 들리며 방바닥을 손으로 더듬으면서 방이 차갑지 않습니까? 잘 주무셨습니까! 식사 시에는 반찬을 도와주면서 많이 잡수시라고 걱정을 하는 정성의 효를 실천해왔다.
‘명심보감’ 효행편에 “자왈 부모재 불원유필유방(子曰 父母在 不遠遊必有方)이니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 말은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슬하를 떠나 먼 곳에서 나가 있지 말 것이며 나갈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간 곳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함이다.

어느 일류 대학 졸업생이 한 회사에 이력서를 냈다. 사장이 면접석에서 의외의 질문을 했다. “부모님을 목욕시켜 드리거나 닦아 드린 적이 있습니까?”하니 “한 번도 없습니다”라고 청년은 정직하게 대답했다. “그러면 부모님의 등을 긁어드린 적이 있나요?”하니 “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등을 긁어드리면 어머니께서 용돈을 주셨지요”라고 대답했다. 정해진 면접시간이 끝나고 청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자 사장이 이렇게 말했다.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오세요. 내일 오기 전에 부모님 발을 꼭 한번 닦아 드렸으면 좋겠네요.”라고 하니 청년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청년이 집에 돌아가서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돌아온 어머니 발을 씻겨 드리겠다고 하자 어머니는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한사코 발을 내밀지 않았다. 청년은 어머니를 닦아 들여야 할 이유를 말했더니 어머니는 금세 태도가 바뀌어 두말없이 문턱에 걸터앉아 세숫대야에 발을 담그니 앙상한 발등이 나무껍질처럼 보였다. “어머니 그동안 저를 키우시느라고 고생 많으셨죠? 이 은혜 꼭 갚을께요”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우리나라 효문화는 세계에서 으뜸으로 수출용이라고 어느 학자가 말한 적이 있다. 효를 실천하는 데는 가사운에 있다. 부모를 위주로 가족을 섬기고 화목하게 하는 것인데 이것마저 실천하지 못하면 가족이라도 이웃사촌보다도 못하다는 말이 있다.

효는 물질, 능양보다는 마음으로 존경하고 순종하고 섬기며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이 효의 90%라고 가정한다. 즉 객지에서 조석으로 전화로 부모의 안보를 묻는 자식이 내 자식을 비롯해서 얼마나 될까. 또한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는 효가 매우 중요한데 90세인 아버지가 70세의 자식에게 차 조심하라는 것은 죽을 때까지 자식 걱정을 하고 살고 있다.

그러므로 세월의 무게에 만고풍상을 겪는 주름지고 초췌한 모록의 얼굴에 눈물이 고이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시대가 바뀐 지금은 효문화의 본질이 변하지 않을 수 없다. 농경사회의 시대는 2·3세대가 한집에 살던 대가족 시대에는 부모님을 조석으로 만날 수 있으나 지금은 객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조석 문안은 불가능하다.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존경과 능양을 동시에 실천하는 원만한 효문화를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살아생전 효도를 다 못하고 사후(死後)에 후회하는 사후효도가 많다.
금후의 효도의 실천 방향은 객지의 자식들은 전화로 인터넷으로 부모의 안부를 체크하고 건강에 이상이 있을 시에는 병원에 모시도록 하며 매년 1회정도는 간단한 건강검진을 해야 할 것이다.
명절이나 가정의달, 절기에 따라 방문 효도를 하고 때로는 관광효도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제 GNP 3만불의 우리나라가 노인복지가 향상되어 가는 사례는 노인 기초연금, 노인일자리, 노인복지관, 마을경로당 노인돌봄의 시책이 있고 특히 65세 이상 노인들의 의료보험제도는 건강 장수하는 100세 시대의 길이다. 그러나 짚고 넘어갈 것은 최고의 적은 간혹 야기되는 노인학대와 노인자살을 방치하는 시책이 시급할 문제이다.

100세 시대라도 무병장수가 행복이냐, 재앙이냐 하는 앙케이트 조사에 의하면 78%가 재앙이라고 하였다.
한편으로는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 인력이 감소되고 산부인과, 소아과는 문을 닫을 지경이고 길거리에는 노인들만 붐비는 현상이다. 그러나 백행의 근원인 효문화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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