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지역 전통사찰인 청암사에서 인현왕후 복위의식이 불교계와 시민, 불자들의 큰 관심 속에 거행됐다.
지난 2일 증산면 청암사 극락전에서 전통산사 문화재 활용사업의 일환으로 김천시가 지원하고 청암사가 주관해 330여년 전 3년간 몸을 의탁한 숙종의 계비 인현왕후 복위식이 전통의례에 따라 진행됐다.
이날 김충섭 시장, 이명기 시의회의장, 최병근ㆍ조용진 도의원, 민경탁 여흥민씨대종회김천회장 등 내빈과 의진상덕 주지스님, 의정지형 율원장스님 등 청암사 스님과 전국의 불자, 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진행됐다.
의진상덕 주지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국비지원이 끊겨 재현하지 못할뻔했던 이번 행사가 김충섭 시장님과 이명기 시의회의장님을 비롯한 지역 각계의 성원과 예산지원으로 진행하게 됐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충섭 시장은 축사를 통해 “우리고장 청암사에 인현왕후와 같은 왕실과의 인연이 있었다는 사실을 훌륭한 문화콘텐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련 사료를 연구하고 사업을 계승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명기 시의회의장은 “청암사에 인현왕후가 3년간 은거했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인현왕후와 관련된 사업이나 프로그램에 시의회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기념식에 이어 청암사 스님들의 기도, 증산면 농악단을 필두로 한 교지 하달 행렬이 보광전에 도착하면서 행사가 시작됐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김충섭 시장이 숙종이 파견한 관리역을 맡아 임무를 수행했다.
즉시 복위하라는 숙종 임금의 교지가 전달되자 화려한 왕후복으로 갈아입은 인현왕후가 등장해 어가(왕이나 왕비가 타는 가마)에 오르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내며 복위를 축하했다.
어가가 출발하자 증산면농악대가 풍물을 울리며 앞길을 열었고 스님과 참가자들이 가마에 매어놓은 줄을 잡고 환궁하는 인현왕후의 무운장구를 염원하며 그 뒤를 따라 대웅전에 도착하면서 복위의식이 마무리 됐다.
인현왕후(1667-1701)는 조선 제19대 임금인 숙종의 계비(두 번째 왕비)로 아버지는 여양부원군 민유중이며 외조부는 서인(노론)의 영수인 동춘당 송준길이다. 1689년 숙종이 왕자를 원자로 책봉하려하자 송준길, 송시열을 중심으로 한 서인이 극렬 반대하면서 기사환국으로 이어지고 남인이 집권하면서 1689년 폐위돼 서인으로 강등된 후 3년간 청암사에 은거했다.
청암사에서는 인현왕후를 보호하기 위해 법당 맞은편 개울너머에 극락전과 남별당을 신축하는 등 극진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또 42수관세음보살을 모신 보광전을 지어 복위기도처로 제공했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인현왕후는 외할아버지인 송준길의 처가인 상주 정경세 집안에서 보내준 시녀 한명을 데리고 살면서 기도를 드리거나 수도산 곳곳을 다니며 시문을 짓는 것으로 울분을 달랬다. 이때 청암사에서 수도암이나 용소폭포 등을 다니는 길이 현재의 인현왕후길로 복원돼 김천을 대표하는 트레킹코스가 됐다.
1694년 복위된 후 인현왕후는 청암사에 보낸 친필 한문편지(현재 진본은 직지사 성보박물관에 소장. 사본은 청암사 함원전 벽에 걸려있음)를 보내어 어려울 때 자신을 보살펴준 청암사 스님들에 대한 각별한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1694년 폐비복위운동을 계기로 갑술환국이 일어나 남인이 밀려나고 서인이 정권을 장악하자 인현왕후는 왕비로 복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