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자욱한 아파트 주차장에
차 한 대가 들어선다
밤샘 근무를 했는지
수척한 얼굴에 무릎 나온 작업복
지난밤의 고단함이 배어난다
티자를 그리며 차를 세우고 한숨을 쉰다
다 왔구나 쉬어도 되겠구나
주차라인에 갇히고서야 편안해진 걸까
집에 들어가기 전 안심이 되는 곳
무사히 돌아왔다는
선이 주는 위로의 순간일지도 모른다
산다는 건 매일매일
선 안에 갇히는 것 아닐까
걱정이 해결되기까지
그 선 안에서 우린 떠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게 이어진 수많은 순간이 주는 선
하나씩 빠져나가는 것이 하루하루가 아닐까
그 남자,
가족이 그어 놓은 선 안으로 들어선다
자고 나면 또 어떤 선에 갇히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