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난 손녀가 그림을 그려주었다
도화지에 손을 펴고 다섯 손가락 선을 따라 그리더니
무지개 빛깔로 색칠한 예쁜 무지개 손이다
커다란 동그라미도 하나 있다
이 동그라미는 뭐지?
할머니를 사랑한다고 눈을 깜빡거렸다
시골에 생선 파는 까막눈 아버지가 있다
몸에서는 늘 비린내가 났다
아버지의 딸이라는 것이 부끄러워
딸은 서울에 거처를 정하고 아버지와 헤어졌다
집을 떠난 딸에게 편지가 왔다
글도 읽지 못하는 아버지가 어떻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봉투를 뜯었다
편지에는 커다란 동그라미 하나 그려져 있다
아버지의 사랑과 웃음,
딸은 눈물을 쏟았다
동그라미의 의미를
아이들도 알고 노인도 아는데
이 나이 먹도록 혼자만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