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풀다가 또르르 굴러 나오는 자두 서너 알
암탉 잡아 펄펄 끓는 양동이에 담가 털 뽑던 아재, 여름날 마당에 내리쬐는 햇볕은 웃통을 훌러덩 벗은 아재의 등때기를 달궜다 그 너머 자두밭이 있었던가
빨간 궤짝에 어린 나를 앉히고 아재는 경운기를 몰았다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 막걸리를 벌컥벌컥 마시는 아재, 매미 울음이 막걸리 마신 얼굴처럼 불콰해졌다 그럴 때마다 자지러지게 붉어지는 그 자두
감천 내 지나 아랫장터 공판장 자두 한 상자 이천 원, 모깃불 마당에 천 원짜리 돈 멍석 깔리던 날, 영농자금 대출상환 고지서와 오남매 자식들 등록금 고지서도 막걸리에 젖어 있었다
초곡 당산 자두밭에는 빈 막걸리병과 농약병이 풀과 함께 자랐다 그 아래로 네모난 상여집이 어둑하게 보이는 곳, 아재의 금니빨 윗니는 자두나무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아버지를 아재라 불렀다
자두를 만지작거리다가 먹다 만 도시락을 덮어 버렸다
도서관 창문에 저녁놀이 으깨져
뚝뚝 과즙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