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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종합

시인의 세상사는 이야기- 며느리와 주말 데이트

새김천신문 기자 입력 2019.10.05 11:55 수정 2019.10.05 11:55

함종순(시인·개령면 동부리)

며느리는 뮤지컬 배우다.
대구의 며느리가 김천혁신도시 모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뮤지컬 강사를 구한다며 전화가 왔다. 학교가 어디에 있는지, KTX김천(구미)역에서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면서 면접이나 본다고 해서 차로 마중을 나갔다.
며느리를 학교에 태워다 주고는 교문 밖에서 기다렸다. 만약 합격을 한다고 해도 대구에서 어떻게 다니나 걱정이 되었다. 한참 후 면접을 보고 나온 며느리는 떨린다고 했다. 무대 경력이 있는 며느리가 떨린다고 하니 경쟁이 만만찮은가 보다. 합격하면 연락 준다고 해서 속으로 떨어지길 바랐으나 합격을 했다.

대구에서 김천 오는 것보다 집에서 대구역까지 가는 시간이 더 멀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이니까 내가 운전을 해 줘야지 생각하고 있는데 눈치 챈 며느리는 역 앞에 택시가 많다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몇 번은 택시를 탔다. 기사분이 기본요금만 나온다고 툴툴거리고 콜택시는 잘 오지를 않아 걸어서 역까지 가느라 고생을 했다는 소리를 듣고는 마음이 아팠다.

택시를 이용해도 가까이 가는 손님은 싫어 한다는 걸 알았다.
방송에서의 ‘승차거부’란 말이 뭔가 했더니 우리 며느리처럼 차도 없고 버스도 잘 가지 않는 가까운 거리를 가려면 택시가 싫어하고 승차거부를 하는 모양이다. 택시 기사분들도 이해는 되지만 우리 며느리처럼 수업 시간 맞추어 가려면 참 난감하겠다.

그래서 택시처럼 좋은 차는 아니지만 봉고차로 며느리보다 일찍 역에 나가서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고 기다렸다. 실시간 카메라가 돌아가며 찍어서 3분 이상 대기하고 있을 수도 없고 해서 역 주변을 몇 바퀴 돌기도 했다.
며느리를 기다리며 보면 승용차로 시간 맞추어 태워가는 사람도 있지만 일찍 나와서 나처럼 역 주변을 도는 사람도 있다.
그나마 승용차들은 전화로 약속해서 태워가지만 무작정 기다리는 택시 기사 분들도 힘들겠다 싶었다.

매주 목요일 며느리를 만나러 역에 나간 지 6개월이 지나서였다.
며느리는 운전을 배워 아들과 손녀를 태우고 주말에 왔다.
“집에서부터 운전해 왔어요.”“피곤하겠다.”
“아니요 3시간 이상 운전해도 안 피곤해요. 저는 운전체질인가 봐요.”
며느리가 운전을 하니 2학기부터는 역으로 가지 않아도 되지만 왠지 허전한 생각이 든다.

며느리는 그동안 수고 많았다며 한우고기 집으로 가자고 했다. 남편은 비싼데 간다고 카드결제하고 돈 아까운줄 모른다고 투덜거린다. 그러면서도 안주가 좋다며 소주 1병을 혼자 다 마신다.
며느리는 식당에 가는데도 운전을 하고 싶어 했지만 우리 차는 부부한정 보험이라서 안 된다며 내가 운전을 했다.
점심을 먹고 손녀를 위해 며느리가 강사로 나가는 학교 앞 김천녹색미래과학관에 갔다.
내가 “은율아, 여기가 엄마 근무하는 학교야”하자 며느리 역시“여기까지 온다”며 아들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다. 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는다.

김천녹색미래과학관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집으로 오려고 하자 며느리가 “시원한 커피 먹고 싶다”고 해서 내가 알고 있는 커피숍으로 갔다. 남편은 식당에서 먹었는데 또 먹나 하는 표정으로 따라가며 커피 한 잔으로 둘이 나누어 먹자고 한다,
남편은 젊은 사람들은 돈 아까운줄 모른다고 못마땅해 하지만 아들 며느리 덕에 둘이는 가보지 못한 식당에도 가고 과학관이며 커피숍에도 가고 즐거운 주말을 보냈다.
일정을 마치고 며느리가 운전대를 잡고 창문을 내리더니 “아버님 밥값이에요”하며 10만원을 주자 남편은 기분 좋은 얼굴로 받아서 나를 준다.
아들이 운전대를 잡으면 걱정이 되지만 며느리가 운전을 하니 든든하다.

며느리 만나는 날은 괜히 설렌다. 반찬이며 채소, 떡, 과일을 준비해 가서 손에 들려주면 한 번도 거절하지 않는 착한 며느리다.
사랑하는 우리 며느리, 앞으로 안전운전하고 하는 일 잘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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