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옥(82세) 시집 ‘오래 된 단지’(조은디자인)가 발간됐다. 1938년 김천시 황금동 출신 김영옥씨의 ‘오지 않는 나비’에 이은 두 번째 시집 ‘오래 된 단지’가 발간된 것.
시집은 ‘여고시절’, ‘참새 부부’, ‘기생화’, ‘봄의 유혹’, ‘낙엽에게 배우다’, ‘고백’ 등 생활주변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진솔하게 쓴 110편의 시가 6부로 나눠 편집됐다.
정갈한 물 여덟 동이에 메주 열 장/ 검은 숯 서너 개 붉은 고추 몇 개/ 잘 익은 대추 몇 알 참깨 한 움큼 넣은/ 간장 된장 맛 꿀같이 맛있어라/ 정성껏 주문 외시던 엄마/ 아직도 그 모습 눈에 선하다// 아직도 옥상에서 살고 있는 오래된 유품/ 엄마의 추억만 가득 담겨있어/ 가끔 열어보면 맘이 따뜻해진다
표제시 ‘오래된 단지’ 전문이다.
일찍이 남편과 사별하고 햇빛이 많이 드는 황금동 주택에서 각종 꽃나무를 가꾸며 시를 쓰는 김영옥씨는 주위의 권유에도 등단을 마다하고 시집을 내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여든둘 가을의 중간쯤에서 보잘것없는 두 번째 보따리, 용기를 내어 풀어봅니다. 굳은살이 되어가는 몸과 맘으로 버리고 또 내던져도 악착같이 따라오는 삶의 흔적들 눈에 뜨지 않게 숨겨 뒀다가 여기까지 끌고 와 다독입니다.
뒤늦게 꽃을 사랑하고 서툰 글 쓰다 보니 하찮게 여겼던 일상들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절박할 때 잡았던 연필로 담담하게 써 내려간 솜씨 없는 글 저를 기억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바칩니다.
오늘도 위안이 되는 꽃들과 이야기하며 소리 없이 웃어봅니다.”
김영옥 시집 ‘오래된 단지’ 머리글 전문이다.
후기는 현재 공직생활을 하고 있는 외아들 최용석씨가 썼다.
“서늘한 바람 사이로 들려오는 풀벌레 울음소리가 정겹습니다. 팔순을 맞아 틈틈이 써오신 글들이 시집돼 나오던 날 행복한 표정의 미소 속에 숨겨진 엄마의 열정을 보았습니다. 기쁜 속마음 억지로 감추려는 그 모습 아직 생생한데 불과 2년 만에 엄마는 또 해내셨습니다.
가장 화려한 저녁노을처럼 황혼의 끝자락에서 혼신을 다한 삶의 애착이 아닐는지요. 진솔한 자신의 내면을 어린 소녀의 감성으로 꽃을 가꾸듯 풀어내셨습니다.
성당 앞 황금동 집에서 자식의 자식이 또 자식을 낳을 때까지 살아가며 사랑하고 이별도 하고 슬퍼하고 아팠던 세월들이 한 권의 시집으로 우리 곁에 왔습니다. 대단한 일을 해내신 엄마가 못난 자식으로서는 그저 미안하고 존경스러울 뿐입니다.
마음 한구석 아려해져오는 애틋한 마음을 담아 엄마의 두 번째 시집을 모든 분들에게 바칩니다.”
어머니가 쓴 머리말도 아들이 쓴 후기도 시집에 수록된 시처럼 정겹게 읽혀 전문을 옮겼다.
김영옥 두 번째 시집 ‘오래된 단지’는 137쪽 분량이며 책값은 1만원이다. 그러나 시집을 읽기를 원하는 시민은 저자에게 연락(010-4513-9311)하면 여분이 있는 한 선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