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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칼럼- 여름을 이기는 건강음료

새김천신문 기자 입력 2019.07.31 10:05 수정 2019.08.10 15:42

백승한(수필가·순천제일대 식생활학과 교수)

여름 아니 폭염이 한창이다. 휴가라는 즐거운 기억도 있지만 쉴 새 없이 흐르는 땀이며 까칠한 입맛…… 여름의 또 다른 추억들이다. 
여름철 식단의 포인트는 충분한 수분과 열량을 공급해 주는 것이다. 조상들의 지혜가 듬뿍 묻어있는 여름시식을 들라치면 열무다. 스무날 채소라고도 하여 금방금방 자라는 게 특징인데 찹쌀이나 보리쌀로 죽을 쑨 물에 넉넉히 국물을 잡아 김치를 담궈낸다. 자극적이지 않아 입맛을 잃기 쉬운 여름 국물 한사발이면 수분과 열량을 동시에 공급해 줄 수 있는 요즘 용어로 하이브리드 개념의 별미다.

또 하나 들자면 김천스타일 밥도둑‘고추장물’이다. 재료는 예나 지금이나 간단하다. 멸치, 다진 고추, 국간장 정도면 충분하다. 역설적으로 현대사회에 어울리는 초스피드 요리이기도 하지만 한국 사람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를 고루 담고 있는 메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최근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칼슘섭취량은 권장량의 72%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칼슘의 급원 중 으뜸이 뼈째 먹는 생선 멸치인데 이를 이용한 별미이니 조상들의 지혜가 새삼 놀라울 뿐이다. 일손 바쁜 농번기와 쉬이 음식이 상해버리는 무더위에 단 10분이면 즉석에서 만들 수 있는 요리여서 효율성이나 위생적으로 훌륭한 음식이며 높은 온도와 습도로 입맛을 잃기 쉬운 여름철에 밥 한그릇 뚝딱 해치울 수 있는 감칠맛 나는 밥도둑이기도 하다.

여름이면 특히 수분공급이 여느 계절보다 중요하다. 땀으로 인해 몸 안의 전해질과 비타민 등이 손실되는데 지나치면 소위 ‘더위’를 먹게 된다. 우리 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수분은 평상시는 몰라도 부족하게 되면 금방 이상신호가 나타난다. 먼저 갈증이 나타나게 되고 이는 체액이 2~5% 정도 감소되었음을 의미한다. 만약 수분섭취가 계속 제한된다면 대소변 등 노폐물 배설기능 약화, 체온조절 기능저하와 함께 신경전달 기능도 마비된다. 체내 수분의 20%를 상실하면 생명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체내에서 하루 소요되는 물의 양은 약 2,500ml 정도이다. 식사 등의 고형식품 섭취로 얻게 되는 수분량(0.5~1리터)과 식품의 연소과정에서 생성되는 대사수(0.3~0.4리터)를 제외하면 대략 하루에 1.5리터 정도의 물을 필요로 한다. 물을 마시는 방법도 중요하다. 알려진 상식이지만 식사 중에 다량의 수분섭취는 소화기능을 저해시킬 뿐만 아니라 인슐린 분비도 촉진시켜 다이어트에 적이 될 수 있다. 적어도 식사 1시간 전후로는 가급적 줄여야 할듯하다. 또한 늦은 밤 수분섭취 역시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특히 전반적인 기초대사 저하로 신체기능도 떨어지는데 약 40%의 수분이 체내에 머물게 되어 신장 등 수분대사 기관들을 쉴 새 없이 힘들게 하므로 몸이 붓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가장 바람직한 수분섭취방법은 오전과 오후나절의 공복을 활용하는 것이다. 맹물도 좋고 차도 상관없다. 혈액순환 촉진 등 신진대사 기능이 활발하게 된다.

물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레전드가 있는데 전직 야구선수 박찬호다. 현역시절 미국 캘리포니아 에너하임 엔젤스 구장에서 열렸던 WBC 경기를 준비하며 동료들에게 고지대에 적응을 위해서는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고 시간 날 때마다 충고했다. 또 어디를 가든지 물병을 끼고 다니는데 이는 지나치게 차거나 뜨거운 물을 피하고서 체온과 가까운 온도의 물을 먹기 위한 본인만의 노하우로서 이미 신문지상에도 여러 번 소개된 적 있다.
무더운 여름날, 아이들은 청량음료를 병째 들이키곤 한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다시금 갈증을 느껴 냉장고 문을 열게 되는데 이는 우선은 목마름이 해소되는 듯 하나 시간이 지날수록 음료수의 설탕 등 단순당류들이 혈관내로 쌓여 혈액의 농도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체는 우선 체내에서 수분을 빼어 혈액을 희석시키기 되므로 결과적으로 소모된 만큼의 수분이 재차 필요하게 되어 악순환이 거듭된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맛은 단맛임에 틀림없다. 단맛의 대명사인 설탕은 면직물과 함께 인간의 창의력과 기술적인 발전 성과로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움직이고 만들었던 초기 세계상품들이다. 요즘이야 음료나 차에 설탕을 넣어 마시는 것이 너무나 당연시되지만 중국인들의 차 마시는 방법을 소개한 네들란드 동인도 회사 사원들조차도 설탕을 사용했다는 기록은 전혀 존재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동쪽 끝에서 가져온 차에 서쪽 끝에서 가져온 설탕을 넣어 마심으로서 부와 신분 상징을 과시하는 해프닝이 바로 차와 설탕의 조우를 주선한 연유가 된 것이다. 이는 서양만의 현상이 아니며 우리나라에서도 고려 명종이전 중국으로부터 설탕이 도입된 이래 근세기까지도 상류층 및 궁중에서 귀한 기호품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궁중음식에서 각 종 과줄 및 화채 등이 지나치게 달달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설탕과 꿀은 다를 바 없다. 설탕은 이당류로서 열량 이외의 영양성분이 없는 반면 꿀은 포도당과 과당으로 구성된 단당류가 주성분을 이루며 그 외에도 각 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영양식품이다. 또한 빠른 흡수력으로 인해 피로회복, 이뇨작용, 숙취해소를 도우며 풍부한 무기질은 혈액의 알카리 유지와 조혈작용 등에도 효과가 있다. 한편 꿀은 수분 함량이 낮아 미생물이 생육하지 못하므로 저장성이 뛰어난 식품이며 자체가 산성을 띄어 살균작용이 있다.

하지만 설탕 못지않게 꿀에게도 약점이 있다. 우선 주성분인 과당은 포도당으로 전환되므로 혈당을 높일 수 있으며 포도당에 비해 지방산 합성속도가 빨라 혈중 중성지질의 농도를 높일 수 있으므로 식사요법과 비만관리에 힘써야 하는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 환자들은 주의해야 한다. 또한 과당은 포도당에 비해 혈관 손상률이 7.5배나 높아 당뇨병의 만성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다.
꿀은 설탕에 비해 다소 낮은 칼로리를 가지기는 하나 농축된 형태의 꿀은 치아표면에 달라붙어 설탕이상으로 충치를 유발시킬 수도 있다. 그마나 다행인건 최근 웰빙바람이 불어 사카린, 아스파탐 등 무칼로리 감미료와 단맛을 주면서도 정장작용을 해주는 올리고당 등이 기능성 감미료로 자주 이용되고 있는 점이다.

여름을 위한 특별한 차는 없다. 녹차, 감잎, 들국화, 민들레, 뽕잎, 솔잎, 보리순, 밀순, 쑥, 모링가 등의 나무이파리나 현미, 율무, 구기자, 산수유, 오미자, 결명자, 둥글레, 도토리, 검정콩, 은행 등의 나무열매나 매실, 살구, 귤피, 유자, 탱자, 치자, 복숭아, 대추, 호두, 석류 등의 과실이나 인삼, 당귀, 감초, 계피, 두충, 더덕, 칡, 박하, 연밥, 도라지, 생강 등의 전통약재나 라벤더, 로즈마리, 민트, 바질, 오레가노, 케모마일, 시나몬, 자스민, 레몬그래스, 로즈힙 등의 허브나 심지어 들깨, 호박, 다시마, 냉이 등의 찬거리까지 어느 하나 손색없는 건강차 재료들이다.

따뜻하거나 차갑거나 생수도 좋지만 이왕이면 갖은 재료들로 번갈아 우려 가며 쓴 대로, 매운 대로, 떫은 대로, 구수한 대로, 비린 대로, 달달한 대로 자연 그대로의 맛을 음미하며 수분섭취를 즐겨보자. 아, 여름도 여름 대로 즐겨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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