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오피니언 칼럼

칼럼- 미인 천국

새김천신문 기자 입력 2023.07.04 16:20 수정 2023.07.04 16:20

이우상(수필가·전 김천문협 회장)

↑↑ 이우상
미(美)! 인간이라면 누구나 추구하는 이 아름다움, 이것을 갖기 위하여 동서고금, 남녀노소 모두가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런데 무엇이 아름다워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으면서 누구는 아름답고 누구는 못생겼다고 하는 말들을 서슴없이 하는 경우를 본다. ‘제 눈이 안경’이라는 말처럼 어떤 이는 겉모양에서 또 어떤 사람은 마음씨 고운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등 천태만상이다. 따라서 아름답다고 하는 관점은 옛날과 지금이 다를 것이며 동양과 서양이 같을 수가 없다.

어떤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나 천국에 가니 입구에 '내부 수리 중’이라고 쓰여 있어서 천사에게 사연을 물어보니 한국 사람 때문이란다. 세계적인 의술을 자랑하는 한국의 성형외과 의사들이 엄청나게 많은 이들을 감쪽같이 미인으로 바꾸어 누가 누군지를 알 수가 없어서 식별 CCTV를 설치하느라 잠시 문을 닫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요즈음 TV를 봐도 그렇고 도회지의 시가지를 거닐 때나 고층 아파트의 엘리베이트를 오르내릴 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원을 산책할 경우, 만나는 사람 모두가 미인들이라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어디 그뿐인가? 예나 지금이나 술집에 가보면 놀라 자빠질만한 미인이 수두룩하다.

비행기 승무원을 봐도 그렇다. 도대체 어디에서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들을 불러왔을까 싶을 정도로 빼어난 미모에 예절까지 고루 갖춘 아가씨들이 공항에 흘러넘친다. 이들 모두 한결같이, 늘씬한 키에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개성 있는 얼굴에, 거기에다 세련된 옷차림까지 하고 있으니 21세기의 한국은 미인들의 천국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직감하게 된다.

눈과 입이 작고 계란 모양의 갸름한 얼굴을 한, 옛 우리 조상들의 모습은 온데간 데 없고 모두가 크고 길고 멋있게 대형화된 시원한 모습들이다.
서양과의 교류가 시작되면서 삽시간에 밀어닥친 서구화의 물결, 어느새 변해버린 서양식 식단, 손바닥 크기의 지구촌에 그물처럼 얽혀진 사이버 미디어의 영향, 이런 것들로 인해 인종과 사상, 문화 예술 종교 등에서 공동 운명체가 된 탓일까? 마치 유럽의 한 지역을 한국에 옮겨 놓은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비주얼 힐링이라 할까? 예쁜 꽃을 보면 기분이 좋듯이 잘생긴 사람은 본인뿐 아니라 바라보는 상대방도 힐링할 수 있기에 남녀노소 모두 너도나도 아름다운 모습 창조에 혼신의 힘을 쏟아 미인 천국 시대가 도래한 것 아닌가 싶다.

앞으로는 미인을 뽑는 대회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모두가 미인이기 때문에 못생긴 사람 뽑는 대회가 오히려 세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싶다. 잘생긴 사람보다 못생긴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잘생긴 모습들을 한걸음 물러서서 냉정하게 솜 솜 뜯어보면 진정 아름다움이 아닌 경우 실망할 때가 많다. 모두가 특징 없이 비슷비슷하게 생긴 데다 마치 스티커 사진처럼 만들어 한결같이 틀에 박힌 인상을 주기도 한다.

자연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꾸며 만든 아름다움에 실망을 금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왕과직(矯枉過直), 굽은 것을 바르게 하려다 오히려 더 굽게 되는 과오를 범한 이들을 볼 때는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가늘고 갸름했던 눈을 왕방울처럼 만들거나 억지 눈썹을 붙여 자연의 미를 훼손하여, 전체적 균형이 맞지 않아 부담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문제는 모두가 비슷비슷하여 처음 보는 사람도 낯설지 않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들이란 점이다. 분명 예쁘고 잘 생겼는데도 왠지 정이 가지 않는다. 때문에 정작 바라는 미인을 찾기가 매우 힘이 든다. 미인을 고르는 능력이 부족해서, 아직 미인에 대한 옛 묵은 향수가 남은 까닭일까?

진정 아름다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우리에게는 아직도 미스 코리아보다 신사임당 같은 아름다움을 더 선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속에서 배어 나온 아름다움이 겉치장한 아름다움보다 더 가치 있는 아름다움이 아닐까도 싶다.
중년이 되면 자기 얼굴은 자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과거 자기가 살아온 모든 것이 자기 얼굴에 녹아 흐르기 때문이리라.

얼굴의 생김새는 자기 힘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지만 표정 관리는 스스로 조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천사의 얼굴을 하고도 악마 같은 행동을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잘 생기지 못해도 천사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보는데 우리 속담에 ‘뚝배기보다 된장 맛’이라는 말처럼 겉모양보다 속에 든 것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한다는 뜻이리라.

같은 항아리도 꿀을 담으면 꿀 항아리가 되고 똥을 담으면 똥 단지가 된다. 마음을 담는 그릇이야 좀 투박하고 모양이 덜하면 어떤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름다운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 아닐까 싶다.


저작권자 새김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