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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종합

삶의 향기- 점점 늘고 있는 반려견에 대하여

새김천신문 기자 입력 2021.02.23 09:31 수정 2021.02.23 09:31

한외복(수필가)

태어나는 아이의 숫자는 줄어들지만 개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밥 챙겨주고 목욕 시키고 배설물을 치워주고 어린 아이처럼 온갖 수발을 들어주는 걸 볼 때면 누가 주인인지 아리송할 때가 있다.
개를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자식처럼 애지중지 기르는 사람들은 가족끼리 주인이 따로 어디 있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집근처 공원에서 아침저녁 한 시간씩 걷는 운동을 하는데 공원에 개를 데리고 나온 사람이 많다. 덩치가 작은 개 큰 개 예닐곱 마리의 개는 나와 운동 시간이 같아서 눈에 익다.
사람처럼 옷을 입히고 치장을 하여 커다란 눈망울을 반짝이며 꼬리를 흔들고 짧은 다리로 종종 걷는 개를 보면 남의 개이지만 예쁘기는 하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였다
젊은 여성이 개를 앞세워 가다가 개가 똥을 쌌고 그냥 지나치는 순간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께서 “똥을 치우고 가야되지 않느냐”고 점잖게 말을 했다.

꼬리를 흔들어대는 개의 목줄을 잡아당기며 개주인인 젊은 여성이 “당신이 뭔데 개똥을 치우라고 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본인 집이면 개가 똥을 쌌는데 안 치우고 그냥 사느냐, 지금 안 치우고 가면 경찰을 부르겠다”며 맞고함을 질렀다.

둘이 언성을 높이는 동안 개 목줄을 쥔 딸의 어머니로 보이는 초로의 여인이 얼른 개똥을 치웠고 “그만 가자”며 딸의 등을 떠밀었다.
언쟁의 주인공인지 모르는 개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주인을 따라 멀어져가고 시끌벅적했던 개똥 실랑이가 일단락되었다.

개똥을 치우고 가지 않는 견주를 봤을 저런 경우 난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언쟁에 휘말리기 싫어서 모르는 척 그냥 지나쳤고 불결하고 냄새나는 배설물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그 길을 계속 다니면서 불편해 했을 것이다.

아이들 셋 중 막내가 갓난아기 때였다. 병원에 가려고 아기를 업고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안고 있던 개가 갑자기 내 아기 얼굴을 핥았다.
나는 아기 볼을 무는 줄 알고 놀라서 반사적으로 개를 제지하려고 손을 휘둘렀다.
찰나의 순간 개는 다행히 아기 볼만 핥았고 개도 내 손을 비켰다. 놀라서 자지러지게 울어대는 아기를 달래고 아기 볼에 묻은 세균 덩어리 같은 불결한 개침을 닦아내느라 경황없었다.

그 사이 개주인은 “미안하다 안 놀랐느냐” 사과 한 마디 없이 아무 일도 아니란 듯이 저만치 가버렸다. 그 당시에 얼마나 놀랐던지 사람이 안고 가는 개만 보면 멀찌감치 거리를 두게 되었고 개가 지나칠 때면 무서워서 멈칫거리고 소름 돋는 트라우마가 생겼다.

공원 후미진 수풀 속이나 시설물 뒤 어두컴컴한 곳곳에는 개똥이 방치 되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배설물에서 나는 비릿하고 역한 냄새가 공원에 곳곳에서 진동을 한다. 덩치가 송아지만한 대형견이 목줄을 느슨하게 한 채 내 곁을 지나칠 때면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사람이 편안하게 산책하는 공원에서 사람덩치만한 대형 개는 무법자처럼 의기양양 숨을 헐떡거리며 걷고 난 슬금슬금 개를 피하다가 쫄아서 산책을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있다.
커다란 개가 무서워서 공원을 내어줄 수밖에 없는 그런 날은 뭔가 주객이 전도된 듯한 억울한 앙금이 남는다.

개와 가족이고 반려견의 주인이면 밖에 데리고 다닐 적에는 단단한 목줄을 하고 깨끗하게 분변 치우는 책임을 다해야 사람들과 함께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개가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깨끗하고 청결한 공원과 거리를 이용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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