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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종합

신년 시론- 희한한 세상

새김천신문 기자 입력 2020.12.31 11:14 수정 2020.12.31 11:21

이우상(수필가·전 김천문협 회장)

그렇게도 지긋지긋했던 금년 한 해가 드디어 다 가고 새해를 맞은 지금, 그 어느 누구도 예상 못한 희한(稀罕)한 세상에 살고 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하더니 정말로 그대로 되었다면서 가는 곳마다 현 시국에 대한 불평불만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불의가 정의를 깔아뭉개고 악이 선을 난도질하고 후배가 선배를 짓밟는 등 후안무치가 활개를 치고 있으니 이구동성으로 이게 나라냐고 온통 난리다. 원리원칙은 깡그리 무시당하고 안하무인, 부정부패가 날개를 달고 어깨춤을 추고 있다. 어떻게 이런 세상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정치, 경제, 교육, 종교, 문화 등등 전반적인 비정상 속에서 희망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여기에다 생전 듣지도 생각지도 못했던‘코로나19’란 바이러스가 지구 전체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생활 감각을 잃고 좌불안석(坐不安席),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다. 하늘의 노여움이 폭발한 것일까? 말세의 징조가 지구촌 구석구석 독버섯처럼 만연되고 있는데 우리의 삶은 어떤가? 각계각층, 특히 정치권에서의 당리당략, 사리사욕이 도를 넘어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정권 연장에만 혈안이 되어 무차별적 사로(邪路)의 길을 걷고 있으니 많은 국민들이 환멸을 느끼고 있다.

사실, 조금만 더 길게 깊게 보면 인생, 별 것 아닌데 욕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진나라 황제가 불로초, 불사약을 먹고 백 년 해로를 꿈꾸었으나 쉰 살로 수명을 다하여 저승에 이르러 옥황상제에게 항의를 했다.
“저는 몸에 좋다는 음식, 장수한다는 약을 다 먹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일찍 저를 저승으로 불렀습니까?”
상제 왈 “그래 네 말도 맞다. 그런데 너는 땅 위에 살 때 보통 사람 백 년 동안 먹어도 다 못 먹을 산해진미(山海珍味)에 비단 옷으로 호의호식(好衣好食)하며 이미 천 년 누릴 복을 다 누렸은즉, 그래도 평균 수명보다 3년을 보너스로 더 얹어 주었거늘 웬 불만이냐?”면서 크게 나무랐다.
이 이야기는 시황 한 개인의 일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천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안 좋은 쪽으로 회자(膾炙)되고 있다. 현 시국과 비교하면 약과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수명이나 부를 자기 능력대로 좌지우지할 수만 있다면야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안타깝게도 이 세상의 권력, 명예, 부와 인간의 수명관계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어떤 이는 일찍 죽어야 마땅한 사람인데 백수를 하고 저런 사람은 천수를 누려야 할 분인데 남 먼저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로 많음을 본다.

인생의 삶을 표현하는데 성경에서는 ‘잠깐 있다 없어지는 안개’로, 불교에서는 ‘한 조각 뜬구름’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 테레사 수녀는 “인생이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이다”라고 했다. 인간의 삶이 그 만큼 덧없고 허무한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계속 연장되어 어느 새 100을 바라보고 있지만 결국은 생자필멸(生者必滅), 어느 누구도 천세 만세 복된 삶을 누릴 수는 없다.

때로는 누군가를 미워도 하고 화도 내면서 아옹다옹하며 사는 것이 상식이 통하는 진리인데 지금의 세상 모습은 너무 하다는 생각 밖에 다른 할 말이 없다. 이리도 짧은 인생을 살면서 권력의 칼자루를 무차별적으로 휘둘러 남에게 몹쓸 짓으로 불의를 일삼는지 모르겠다.

漢(한)나라 때의 민요 ‘西門行(서문행)’ 한 구절을 생각해본다. 人生不滿百 常懷千歲憂(인생불만백 상회천세우)-사람이 백 년을 채 살지도 못하면서 늘 천년어치의 근심을 품고 사네- 오래 살아도 백년을 채우기 어려운 게 인생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람 잘 날 없이 늘 근심 걱정을 품고 살아간다. 큰 걱정이 없으면 작은 것을 걱정하고 아주 걱정이 없으면 안 해도 되는 걱정을 한다. 남과의 비교에서도 걱정거리는 많이 찾아온다.

따지고 보면 어려운 일도 좋은 일도 슬픈 일도 즐거운 일도 지나고 보면 그냥 그런 것으로 묻혀버리는데…… 백 평짜리 타워펠리스에 사는 사람, 소형아파트에 사는 사람, 비단금침을 덮고 자는 사람, 무명 홑이불을 덮고 자는 사람, 산해진미를 먹고 사는 사람, 된장찌개, 김치 먹고 사는 사람, 로마네 바렌타인 30년 양주 마시는 사람, 막걸리 마시는 사람, 소고기 먹는 사람, 소고기라면 먹는 사람, 사우나 대중탕에 들어가면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BMW 벤츠 타고 온 사람, 마티즈, 버스, 타고 온 사람, 자전거 타고 온 사람, 고생을 좀 더 하고 덜 했을 뿐 뒤에서 보면 표가 나지 않는다. 결국 같은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도착 후 호화 묘소에 묻힌 사람이나 변변찮은 납골당에 누워있는 사람 본인들은 그걸 알고 있을까 싶다. 그런데도 더 부유한 자리, 더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사생결단,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잠시 후면 후딱 지나가는 인생, 언젠가는 어차피 같은 일몰 앞에 설 우리네 인생…… 다 지나고 보면 그저 그뿐인 것을, 신축(辛丑)년 새해에는 제발 죽일 놈, 살릴 놈 하지 말고 우리 모두 이웃과 더불어 함께 동고동락하는 진짜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런 복되고도 아름다운 삶을 살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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