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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칼럼- 미니멀 라이프

새김천신문 기자 입력 2020.09.16 09:43 수정 2020.09.16 09:43

박성미(작곡가)

몇 해 전부터 ‘미니멀 라이프’가 선풍적인 붐을 일으켰다. ‘미니멀 라이프’란 불필요한 물건이나 일 등을 줄이고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것만으로 살아가는 단순한 생활방식이다.

SNS에는 가구만 몇 개 놓인 집을 찍어 ‘미니멀 라이프’를 인증하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등장했고 단순한 인테리어의 카페나 디자인 용품들이 각광받았다.
이러한 흐름은 필자의 삶에도 영향을 끼쳤다. 무언가를 채우기에 급급했던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게 된 게 첫 번째다. 이후 버리고 비우는 것에 무게를 두고 바라보니 주변이 정리됨은 물론 삶도 조금씩 가벼워졌다.

21세기는 모든 것이 차고 넘치는 환경이다. 사람들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를 파악하고 선택하는 데 피로감을 느꼈고 자연스럽게 단순하고 쉬운 것은 선호의 대상이 됐다. 인터넷 환경만 해도 그렇다. 검색창만 보여 주는 구글 이트가 인기를 끄는 것은 복잡함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숨은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미니멀리즘 열풍은 예술 분야에서부터 출발했다. 현대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 예술 운동 중 하나인 미니멀리즘은 ‘최소주의’로 꾸밈이나 기교를 자제하고 근본적인 아름다움 혹은 의미를 표현하려는 시도다. 이는 순식간에 미술, 음악, 디자인, 건축, 패션 등 모든 문화 전반을 관통하는 거대한 흐름을 형성시켰고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소개되어 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미니멀리즘 음악은 최소한의 음악적 재료로 최대의 음악적 효과를 얻는 것을 의미하고 미니멀리즘 미술은 채워짐보다 여백이 훨씬 많은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흔히 미니멀리즘을 ‘단순함’ 그 자체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단순함’의 이면에 숨은 의미는 생각보다 가볍지 않다. 하나의 표현 방식이기보다는 하나의 정신이자 마인드에 가깝기 때문이다. 인생의 목적을 행복에 둘 때, 미니멀 라이프란 단순히 물건의 양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없앰으로써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 아닐까. 최대한 많이 버리고, 비우고, 단순화하는 것이 미니멀 라이프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미니멀 라이프의 핵심은 ‘모두 버린다’가 아니라 ‘필요한 것을 남겨둔다’에 있다.

그러고 보면, 편리함을 위시한 나의 삶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이고 지고 살고 있는지 모른다. 사소한 행위나 동작에 도움을 줄 법한 수많은 도구들은 지금도 우리의 필요를 자극한다. 무언가 버려낸다는 것은 어렵고 또한 소비 욕심을 억제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삶이 복잡해진 나는 함박웃음과 빈손으로도 하루를 알차게 보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상념에 자주 빠진다. 젊음이라는 이유로 하고 싶은 일도, 채우고 싶은 것도 많지만 외형의 목표를 채우기보다는 비움으로써 근본과 마음이 채워지는 날들이 되면 어떨까. 비울수록 채워지는 미니멀리즘의 효과를 일상에서 누릴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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