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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종합

시론- 무신불립을 명심해야

새김천신문 기자 입력 2020.08.19 19:14 수정 2020.08.19 19:14

이태옥(수필가·전 한국문인협회 김천지부장)

'논어'의 안연편에 자공이 공자께 정치에 관해 묻자 공자는 식량이 족하고 군대가 충실하며 백성은 정부를 믿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중에도 백성은 믿음이 없으면 살아 갈 수가 없고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서지 못 한다고 공자는 믿음을 제일 소중하게 정치의 덕목으로 삼았다. 신뢰가 없는 정치는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정치뿐 아니다. 믿음을 가장 많이 강조하는 곳은 종교이다. 종교란 믿음에서 믿음으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의 모든 것을 절대자에게 맡기고 긍휼과 은혜를 기도하는 것이다. 사회도 마찬가지로 서로간의 믿음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이다. 서로 법을 만들어 놓고 지켜 주리라는 믿음 아래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것이다. 정치나 사회나 종교 모두가 믿음이 없으면 성립이 불가하다. 공자는 정치에서 믿음을 그 무엇보다도 앞세웠다. 믿음은 곧 서로의 신뢰다.

최근 부동산 문제로 사회가 시끄럽다 못해 아주 혼돈상태다. 이 정권 들어서 서울의 아파트값이 계속 올라 집 없는 사람은 집 한 채 가지는 것이 꿈이다. 수도권 외에 사람들마저 허탈감을 느끼는 이유가 뭘까. 정부가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바로 아파트값은 치솟아 오히려 정책과 거꾸로 가는 사람들이 이득을 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책을 못 믿겠다는데 정부는 스무 번 이상을 새로 부동산 정책을 세워도 아파트 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원성은 더 높아 간다.

또 서울시장 충남도지사 부산시장이 성 범죄자로 물러나는 대형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최근 서울시장의 성추행으로 불행한 일을 두고도 가해자의 사망으로 공소권이 없다는 핑계로 오히려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는 해괴한 이름을 붙이고 제2의 피해를 가하고 있다. 거기다 가해자를 서울시장(市葬)으로 관에서 장례를 치렀다.

반면 같은 시기에 한국전쟁의 영웅인 백선엽 장군이 영면했음에도 정부에선 그만한 예우는커녕 분향소도 없어 학생들이 분향소를 차리는 현상은 무엇인가. 자기들만 옳다는 아전인수식 내로남불이 자행되고 있다. 자기편은 무한히 관대하고 자기와 다른 상대편은 조금도 용납 못하는 편협성이 난무하고 있다.

조국사태, 정의연 사건. 울산 시장 부정선거 의혹 등 대형사건이 그렇다. 극찬하며 검찰총장으로 세워 놓고는 자기편 수사한다고 배척대상으로 삼아 고립무원으로 만든다. 어디 그뿐인가. 감사원장도 자기들 편 같지 않다고 겁박하고 있다. 임기 보장된 검찰총장도 감사원장도 자기들 손으로 극찬해서 천거해 놓고는 내치는 명분이 정당성도 없고 국가 경영의 자세도 아니다. 고유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는 곳이 검찰총장이요 감사원장이다.

그뿐인가 국회 법안 통과에 의원 토론도 없고 심사소위의 심의도 생략하고 입법 독주를 일삼는 일이 협치를 말하고 기대하는 당의 태도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국민을 무시하는 다수당의 오만과 독선으로 보인다. 국민에게 신뢰는커녕 국민을 우습게 보는 다수당의 횡포라는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하다.

한편 야당은 올바른 태도인가. 소수 야당이라도 어쨌든 할 일은 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처음부터 소수라서 어쩔 수 없다는 패배주의적 태도로 할 일을 포기하고 퇴장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국민이 내용을 납득하도록 설득하고 어떻게든 방법을 강구함이 마땅하다. 숫자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나약성만 보이고 체념하고 국정을 구경하듯 넘어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야당도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정치인을 둔 국민들만 불쌍하다. 자업자득이다. 나라 주인인 국민의 올바른 판단이 요구된다. 정치인은 국민이 맡긴 권력을 겸손하게 선용하고 누구를 위해 정치하는 가를 자문자답하고 무엇이 국민을 위하는 길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국민은 신뢰를 주는 정치를 요구한다. 믿음을 주지 못하는 정치는 오히려 시민이 혼란하고 불안하다. 시민이 정치 걱정을 하는 현상을 초래한다. 주인인 국민의 마음이 편치 못하면 어떻게 나라가 융성할 수 있겠는가.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는 정치가 어찌 성공할 수 있겠는가. 무신불립(無信不立)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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