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전 김천신일초등학교 교장이 권위 있는 시조 전문지를 통해 등단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종욱 전 교장이 계간 ‘시조문학’ 2019년 가을호(통권 212호)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해 시조시인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
저 일몰 앞에 서면 이 땅마저 바다인데/ 물굽이 솟는 파도 일렁이는 너의 눈빛/ 고요한/ 처마 밑에서/ 마냥 섭섭 흔든다// 푸른 솔 앞세우고 끝도 없이 부침(浮沈)하다/ 내가 설 땅은 어디 벽을 향해 돌아서면/ 또 다시/ 춤사위 속으로/ 빠져드는 이 마음// 아침저녁 불어대는 한겨울의 바람처럼/ 싸늘한 가슴 안고 밤을 지샌 자맥질에/ 끈끈한/ 이 끈끈한 삶/ 목을 매는 북소리여
‘시조문학’ 신인상 당선 시조 ‘춤사위’ 전문이다.
심사는 김준(위원장)·문복선·송귀영·박영학·김교한 시인이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평을 통해 “이종욱의 ‘춤사위’는 우리나라 전통춤의 형상화로 읽힌다”고 평가하고 “해가 지는 어슬녘은 만상이 한바다로 무화되는 시간”이라며 “춤을 추는 소맷자락이 어슬녘 처마 밑에 일렁이다가 사뿐 내민 디딤 발 아래로 펼쳐지는가 싶으면 이내 휘돌아 바람벽을 등지는 순간 깊은 적요에 빠져든다”고 풀이했다.
또한 “밤이 깊도록 북소리와 더불어 그저 목이 메다 지친 삶의 끈끈한 울음은 속울음이겠지만 두들겨야 소리가 나는 북소리처럼 일렁이며 빠져들며 자맥질하는 이승의 삶을 표상한다”며 “북소리가 그치면 한겨울의 찬바람도 곧 이승의 인고–춤사위-도 멎을 것이다”고 했다.
시조에 입문하고 1년 동안 200여편의 시조를 썼다는 이종욱 시인은 당선소감을 통해 “어느 날 우연히 전영택 형님의 권유에 따라 발을 들여놓은 겨레시 공부, 이제는 멀리서 눈짓만 하던 그 소망이 우둔한 나에게도 찾아와 우리 고유한 전통시의 버거운 걸음마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이종욱 시인은 시조로 당선소감에 덧붙이며 각오를 다졌다.
“이 민족 얼이 깃든 전통 가락 우리시는/ 모두가 생멸하고 타고 남은 구슬인데,/ 이제는 천, 지, 인에서 그의 뜻을 뽑아내자.// 곱고도 슬기로운 우리의 말 우리의 글/ 갈고 닦고 다듬어서 알차게 꿰어 보면,/ 삼장과 육구 십이 음보 보석처럼 빛내리라.”
1954년 김천에서 출생해 대구교대와 한국교원대 대학원을 졸업한 이종욱 시인은 40여년의 교직생활을 김천신일초 교장으로 퇴임했으며 현재 김천서문교회 원로장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