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경 시집 ‘나를 쓰다듬다’(시문학사)가 발간됐다. 2000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당선으로 문단에 나와 ‘노을이 지면 사랑이 올까’, ‘나는 직녀가 아니다’에 이은 세 번째 시집 ‘나를 쓰다듬다’가 발간된 것.
유언경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꽃도둑’, ‘바람의 소재’, ‘신방 훔쳐보다’, ‘하늘을 업다’, ‘달빛을 덮다’ 등 90편의 시가 5부로 나눠 편집됐다.
사르르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지나면 나아지겠지 했는데/ 당최 나을 기미가 없다/ 또 며칠을 참는다/ 밥 넘기는 것도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죽을 때가 됐나보다 농담하는 남편이/ 얄밉다/ 잘 먹고 소화는 걱정도 안 하던 내가/ 은근히 겁이 난다/ 열이 많아 함부로 홀대한 몸이/ 반기를 드나보다/ 수시로 아픈 배를 문지르는 손바닥/ 기분 좋게 따뜻해진다/ 오래도록 나를 쓰다듬는다
표제 시 ‘나를 쓰다듬다’ 전문이다.
해설은 김송배 시인(한국현대시론연구회장)이 썼다.
김송배 시인은 ‘자아 탐구와 친자연 서정, 그 화해의 시학’ 제목의 해설을 통해 “작품 전체의 구도가 자아를 추구하려는 의도된 시법으로 간명(簡明)한 어조의 전개가 상당한 흡인력을 발현하고 있어서 유언경 시인이 희구하는 자애(自愛)의 신념이 시적으로 승화하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고 높이 평가했다.
또한 “그의 내면 정서에는 자신에게 부여된 모든 여건이나 한계를 자인(自認)하고 자성(自省)하면서 자애의 의식으로 변전(變轉)시키는 심리적인 화해의 구도를 수용하는 궁극적인 인생론으로 정리하고 있다”고 했다.
“멀리 하늘 끝에서 미명이 비치기 시작했으나 아직은 어둑한,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길을 천천히 걷는다.
오래도록 침묵한 까닭에 누군가에게 말을 붙이는 일이 쉽지 않아 머뭇거리다 겨우 용기를 내서 건네는 첫마디에 그대가 웃는다. 마음이 환해진다.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마음 비늘을 하나하나 쓰다듬으며 조심스럽게 옮겨 담는다. 부디 흩어지지 않고 제 자리에서 빛나기를. 힘이 되어준 모든 분들에게 뜻밖의 선물처럼 가 닿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랑은 언제나 옳다. 모두 감사하다.”
유언경 시집 ‘나를 쓰다듬다’ 책머리에 수록된 ‘시인의 말’ 전문이다.
김천 출신으로 성의여고를 거쳐 한국방송대 국어국문학과 졸업한 유언경 시인은 1999년부터 현재까지 김천문화학교 시창작반에서 수강하며 다움문학회 동인시집 ‘소박한 사치’, ‘부드러운 밀착’, ‘숨은 물집’ 등 20권을 발간했다.
유언경 시집 ‘나를 쓰다듬다’(시문학시인선 605)는 133쪽 분량이며 책값은 1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