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이 발전하면서 평균 수명이 늘고, 동시에 만성병과 퇴행성 질병, 사고 후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김천시의 경우는 고령인구 증가와 오랜 농업 활동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고령층이 많아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재활치료이다.
재활치료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김천제일병원은 통증·마비·운동장애로 인해 온전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몸을 평가하고 회복시켜 일상과 사회 복귀를 돕는 진료과인 재활의학과에 박철범 신임 과장을 영입했다.
김천제일병원 신임 박철범 재활의학과장을 만나 재활의학과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재활의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의대생 시절에는 병을 치료하는 것이 의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재활의학은 조금 달랐습니다. 질병 자체보다 '이분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실까?'를 먼저 고민하는 학문이었습니다. 뇌졸중이나 척수손상, 사고로 갑자기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된 환자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재활은 단순히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의학이라고 생각합니다.
Q2.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으신가요?
전공의 1년차 때였습니다. 스물네 살의 척수손상 환자가 입원했습니다. 저보다 겨우 여섯 살 어린 환자였습니다. 신경병증성 통증이 너무 심해서 온몸을 떨고, 이를 악물고 혀를 깨 물 정도였습니다. 혀를 다 칠까 봐 입을 벌려드리다가 제 손가락이 잘릴 뻔했던 기억도 아직 생생합니다. 결국 그 환자는 휠체어를 타고 퇴원했습니다. 당시에는 마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그런데 몇 년 뒤 외래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휠체어를 능숙하게 타고, 누구보다 밝은 표정으로 병원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재활은 장애를 없애는 의학이 아니라, 장애가 있어도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의학이라는 것을요. 그 환자는 두 다리로 걷지는 못했지만 누구보다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지금도 제 진료 철학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또 한 분은 20대 중반의 여성 환자였습니다. 교통사고로 심한 뇌출혈을 겪고 수술과 중환자실 치료를 마친 뒤 재활의학과로 오셨습니다. 처음에는 팔과 다리가 몸 안으로 심하게 돌돌 말려 들어가 스스로는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몇 달 동안 재활치료를 이어간 결과 병실을 혼자 걸어 다닐 정도까지 회복하셨습니다. 재미있는 후유증도 있었습니다. 회복하시면서 젊은 남자 환자들에게 관심을 너무 많이 보이셨습니다. 저를 포함해서요. 의료진 모두가 함께 웃었던 기억입니다. 재활은 힘든 시간이 많지만, 이런 웃음과 희망이 함께 있는 진료과이기도 합니다.
Q3. 김천제일병원 재활의학과 과장으로 부임하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새로운 병원에서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면서도 책임감이 큽니다. 김천제일병원은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신뢰를 받아온 병원입니다.
그 신뢰 위에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전문적인 재활치료를 더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환자분들이 ‘여기에서 치료받길 잘했다’라고 느끼실 수 있는 재활의학과를 만들고 싶습니다.
Q4. 재활의학과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재활의학은 작은 변화를 가장 크게 기뻐하는 분야입니다. 환자분들은 가끔 말씀하십니다. ‘선생님. 겨우 손가락이 조금 움직였어요’ 하지만 재활팀은 다르게 생각합니다. ‘드디어 움직였습니다’ 어제는 전혀 움직이지 않던 손가락이 오늘 1cm 움직였다면 그 1cm를 보고 가장 먼저 환호 하는 사람들이 바로 재활팀입니다. 그 작은 움직임이 언젠가는 숟가락을 들고, 셔츠 단추를 잠그고, 가족의 손을 잡을 수 있는 시작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재활의학은 작은 변화를 모아 큰 삶의 변화를 만드는 의학이라고 생각합니다.
Q5. 환자와 보호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씀은 무엇인가요?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선생님. 저는 언제 좋아질까요?" 그럴 때 저는 늘 신경 이야기를 합니다. 신경은 아무리 빨라도 하루에 1mm 이상 회복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손상 부위에서 발끝까지의 거리가 50cm라면, 이론적으로는 500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분들께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재활은 조급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치료가 아니라, 긴 시간을 함께 견디는 과정입니다’ 하루하루만 보면 변화가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mm씩 쌓인 시간이 어느 순간 환자를 다시 걷게 하고, 다시 일하게 하고, 다시 가족 을 안게 합니다. 그래서 재활의학은 기적을 기다리는 의학이 아니라, 매일의 1mm를 믿는 의학이라고 생각합니다.
Q6. 앞으로 재활의학과를 어떻게 이끌어 가고 싶으신가요?
재활은 의사 혼자 만드는 결과가 아닙니다.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간호사 등 여러 직종의 모든 선생님들이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함께 만들어가는 치료입니다. 좋은 재활은 뛰어난 한 사람보다 서로를 믿는 한 팀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환자 한 분 한 분의 목표를 재활팀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기뻐하는 문화를 만 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재활은 사회복지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복지의 관점에서 볼 때 복지의 오 버는 있을 수 있어도 누수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환자들을 바라보고 이 끌고 싶습니다.
Q7. 함께 일하는 의료진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재활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한 치료입니다. 그래서 환자에게도 함께 일하는 의료진에게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믿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가 힘들 때는 의료진이 먼저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하고, 의료진이 지칠 때는 서로가 서로를 격려할 수 있는 팀이 돼야 합니다. 환자는 한 명의 의사를 기억하기보다 자신을 위해 함께 노력했던 재활팀 전체를 기억합니다. 그 기억이 따뜻할 수 있도록 저 역시 팀의 한 사람으로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