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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기고- ‘불나면 대피 먼저?’ 이제는 ‘살펴서 대피’입니다

새김천신문 기자 입력 2026.01.28 09:59 수정 2026.01.28 10:01

송영환(김천소방서장)

‘불나면 대피 먼저’ 다들 익숙하실 안전 문구입니다. 지난 몇 년간 소방청은 화재 시 직관적인 하나의 대응원칙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아파트 화재 통계를 보면 사상자 10명 중 4명은 대피 과정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같이 아파트, 원룸 등 밀폐형 구조의 생활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무조건 밖으로 나가기’보다는 연기나 화재 상황에 따라 판단을 하고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이는 무조건 서둘러 대피하는 것이 오히려 연기 흡입 같은 치명적인 상황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아파트 화재 시 다른 세대로 연소가 확대되는 경우는 10건 중 1건 정도로 나타납니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보면 상황에 따라 집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선택도 안전한 대응이 될 수 있습니다. 한 사례로 2024년 경기도 부천의 한 호텔 화재 때 한 투숙객은 밖으로 나가는 대신 화장실로 대피해 안전하게 구조되었습니다.
이처럼 화재는 다양한 상황으로 나타나며 상황마다 최선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새롭게 바뀐 슬로건이 바로 ‘불나면 살펴서 대피’입니다.
만약 본인 집에서 불이 났다면 두 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대피가 가능한 상황, 두 번째는 대피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피가 가능한 경우라면 반드시 연기와 불길이 없는 안전한 길을 확인한 뒤 신속하게 이동해야 합니다.
대피하는 과정에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으로 엘리베이터 이용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정전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추거나 연기의 유입으로 더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관문을 꼭 닫고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동주택의 현관문은 방화문이라 약 30분 정도 열기와 연기를 막아줄 수 있습니다. 문을 닫으면 복도로 화염과 연기가 번지는 2차 피해 또한 막을 수 있습니다.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면 곧바로 119에 신고하고 주변에도 화재 사실을 알려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합니다.

반대로 이미 복도 쪽에 연기가 자욱하여 집 밖으로 나가기 힘들다면 무리해서 탈출하기보다는 실내에 머무르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현관문 틈을 젖은 수건으로 막아 연기가 내부로 들어오는 걸 최대한 막고 베란다로 나가 외부에 구조를 요청하거나 119전화로 구조상황을 알립니다.
또한 집 안에 설치된 피난설비들, 예를 들어 경량칸막이나 완강기, 하향식 피난기 등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다만 집집마다 구조와 피난시설은 모두 상이하니 평소 내 집에 어떤 피난설비가 있는지 어떻게 쓰는지 미리 알아두시길 바랍니다.

화재는 늘 같은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기에 언제나 한 가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가족과 이웃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선택이 가장 현명할지 미리 한 번쯤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 잠깐의 시간이 결국 우리 모두의 생명을 지켜주는 가장 든든한 안전장치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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