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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추석에

새김천신문 기자 입력 2025.09.22 20:12 수정 2025.09.24 15:52

이태옥(수필가·전 한국문협 김천지부장)

추석은 가장 먼저 둥근달이 연상된다. 추석을 한가위라 칭했고 한가위란 원래 가배에서 온 말인즉 가배란 ‘갑다’라는 어원에서 중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금의 가운데라는 말도 같은 뿌리의 말이다.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은 연중에 중반이요 월 중에도 중간 가장 달이 밝고 크다는 보름을 지칭하는 말이다. 여기에 가장 또는 크다는 의미를 가진 ‘한’이라는 접두사를 붙여서 한가위가 되었다. 이로 볼 때 가운데 중에도 가장 크고 밝은 보름달 중에도 최고의 보름달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는 한가위다. 그래서 이날의 풍월도 ‘강강술래’로 달이 떠오르는 야외에서 처녀들이 모여 둥근 달을 보면서 춤추고 노래했다.

이처럼 추석은 달에서 유래하여 달과 연관된 ‘강강술래’가 있고 보름달을 떡으로 만든 것이 송편, 곧 달떡(월병月餠)이다. 반달처럼 만든 송편(편월片月)도 있다.

한가위는 달처럼 둥글어 모난 데가 없는 넉넉한 마음으로 이웃에게 베풀고 풍성한 음식을 나누는 일 년 중 가장 서민의 마음이 풍요한 명절이다. 헤어진 친척이 천리를 멀다 않고 모여 차례와 성묘를 함께하며 햅쌀로 밥을 짓고 떡을 빚어 조상께 예를 다하고 풍성히 나누는 민족의 명절이다.
그래서 우리의 추석은 항상 넉넉함과 풍요와 그리고 일가친척이 모여 집안에 웃음이 넘쳤다. 우리 조상들은 옛날부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하고 소원했다.

올해의 추석도 예년과 같이 고속도로는 차량 행렬로 복잡하고 열차 역시 표를 구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러면서도 부모 형제를 만나려고 고향으로 재촉하는 발걸음은 가벼울 것이다. 하향길이 고생길이지만 불평 없이 고향으로 귀향하는 행렬은 예년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긴 연휴가 그랬고 민족대이동이라는 이칭이 입증했다.

그런데 세상이 격세지감이라더니 요즘 추석상에는 우리 것이 사라지고 외국산 제수품이 판을 치고 더구나 전통적인 우리의 한가위 풍속이 많이 퇴색되어 가는 아쉬움은 가슴을 쓰리게 하는 일이다. 윷놀이 씨름 ‘강강술래’하는 모습이 사라지고 없다. 대신에 언제부터인지 고스톱이라는 화투놀이가 판을 친다. 형과 아우 형수와 제수 언니 동생이 어우러지고 시어머니 며느리가 어울려 화투판에 정신이 없다. 정답고 흥겹고 화기애애한 풍속 대신에 돈 따먹기 하는 일에 혈안이 되어 때로는 험악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돈 따먹기 화투판이 결국은 결과가 화기애애한 것과는 먼 일이 벌어진다.

한편 어떤 이들은 제사를 고향 아닌 외국 혹은 명승지나 휴양지를 찾아 그곳에서 제사를 한다고 하니 조상님들도 자손 덕에 좋은 곳에 가서 대접받고 구경도 하는구나, 쓴웃음이 나온다. 어쨋든 기발한 발상으로 편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나무랄 수 없는 현상이다. 하기야 재미로 고스톱쯤 친다고 뭐 그리 지탄 받을 일이며 돈이 있어 호텔로 조상을 모셔서 나쁠 것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좀 더 긴 안목으로 보면 우리의 전통을 변색시키고 풍속을 잃게 하는데 문제가 있다.

제멋대로 하는 것이 민주화요, 전통을 타파함이 개성인 양 날뛰는 주체성 없는 행위 또한 문제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는 쪽으로 재창조해야지 전통을 무시하는 일은 문화전통의 일탈이다. 가정에는 그 가정의 가풍이 이어지듯 국가에는 문화적 전통이 이어져야 새로운 전통문화가 창조된다. 한때의 유행을 전통으로 착각하고 유행을 따라야 세계화인 양 오판하는 잘못된 사고가 확산되는 것이 두렵다.

아무리 세계화를 외쳐도 주체성을 잃으면 한갓 모방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의 문화에 바탕하여 새 옷을 입히고 문화의 속살도 찌게 해야 올바른 전통이 계승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지금의 명절은 우리의 전통을 바탕하여 새로운 전통이 창출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고스톱 같은 잡기가 판을 친다. 화투 같은 잡기만 이어 줄 것이 없다면 백번 양보해서 생각해도 우리 문화의 미래는 찜찜하다. 아마도 고스톱이나 호탤방이 풍속화가들의 그림으로 남겨질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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