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가을을 독서의 계절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라고 할 만큼 책은 우리에게 사랑을 받았고 독서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지난 어버이날 한 여론조사에서 가장받고 싶은 선물은 현금이고 꼴찌가 책으로 나와 있다.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한 창간 50주년을 맞이한 ‘샘터’가 12월호를 마지막으로 폐간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쓸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80년대 우후죽순같이 쏟아져 나온 정기간행물이 지금은 10분의 1도 남아있지 않다.
UN 조사에 의하면 한국독서량은 192개국 중 166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10분 이상 독서를 하는 사람은 10명중 1명도 안된다고 한다. 1년에 단 한 번도 서점에 들르지 않는 사람이 95%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독서는 완전히 죽었다.
옛날과 달리 전철이나 버스를 타면 독서하는 사람을 한사람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세 살 꼬마부터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스마트폰에 미쳐있다. 스마트폰이 잠시라도 없으면 불안해할 정도로 중독되어있다. 때문에 학생들은 공부에 어른은 눈 건강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취미는 혼자 있으면 스마트폰, 둘이 있으면 술, 셋이 있으면 고스톱이다.
독서와 국력은 너무나 정비례한다. 후진국 아프리카는 못사는 만큼 책을 읽지 않는다. 선진국 유럽이나 미국은 잘 사는 만큼 책을 많이 읽는다. 우리나라도 도시인과 엘리트 직장인은 책을 많이 읽는다. 두 권 읽는 자가 한권 읽는 자를 지배한다. 다양한 필독서를 읽지 않으면 평생 살아가는데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삶의 질은 보릿고개 때보다 훨씬 못하다. 물질문명은 나날이 발전했는데 정신문화는 뒤떨어졌기 때문이다.
이것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밖에 없다. 때문에 ‘책은 최고의 스승, 마음의 양식, 책속에 길이 있다’고 했다. 토크만은 이렇게 말했다. ‘책이 없으면 역사는 침묵하고, 문학과 학문은 벙어리가 되고, 과학은 절름발이가 된다’고 했다.
2천년 방랑민족 이스라엘이 오늘이 있기에는 ‘탈무드’란 책이다. 고등학교 졸업까지 1만권 책읽기가 의무로 되어있는 나라이다. 오늘의 미국이 있기에는 강철왕 카네기가 전 재산을 바쳐 전국에 지어준 2천5백 개의 도서관이 큰 역할을 했다. 종교탄압 으로 영국에서 이민 온 청교도들에게 지식을 심어주었기 때문에 오늘의 미국이 있다. 세계에서 도서관이 가장 많은 나라가 미국이다.
독서는 어릴 때부터 생활화 습관화 되어야 평생취미로 이어질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5공 시절 정치적 목적으로 별을 보고 학교가고 별을 보고 집에 오는 입시위주교육으로 독서의 길을 막았다. 이후 대학생은 취직시험에 직장인은 회사에 매달려 독서할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우리나라 현실은 초등학교 때 독서의 기반을 잡아놓아야 한다. 책을 많이 읽은 어린이는 어른과 대화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다. 그만큼 지적수준을 쌓아놓은 것이다.
스마트 폰이나 영상매체는 직선적이고 파괴적이고 쾌락적이다. 여기에 물들지 않게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각별한 지도가 필요하다. 영상매체는 뇌파의 움직임이 그의 없지만 독서는 뇌파의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때문에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은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 독서는 지식을 심어주고, 기억력 사고력 집중력을 키워주고 인내심을 길러준다. 삶의 간접경험을 쌓게 하여 인생진로를 열어준다. 입시 취직에 도움을 주고 고민을 해결해준다. 교양을 쌓게 하고 재미가 있다. 독서 꼴찌국가로 우리는 이것을 잃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감천면 출신 소설가로 현재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