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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 예술

김종태 시인, 제3회 ‘문학청춘’ 작품상 수상자 선정

권숙월 기자 입력 2019.08.24 15:27 수정 2019.08.24 15:27

“수상작 ‘응달의 여인’에게 우리는 다시 이끌릴 수밖에 없다” 평가

 호서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종태 시인이 시종합 문예지 ‘문학청춘’과 도서출판 황금알에서 주관하는 제3회 문학청춘 작품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은 탁월한 작품과 개성 있는 시인에 대한 격려를 통해 한국문단이 더욱 풍요로운 예술의 지평에 이르도록 하기 위해서 제정됐다. 수상작은 ‘응달의 여인’이다.

 심사위원회는 김종태 시인의 수상작에 대해 “어느 순간 모르는 사람에게 영문 모르게 이끌리는 사건과 이 사건을 충실하게 떠맡는 주체의 태도를 세심하게 그려낸 작품”이라며 “엇갈림의 아쉬움과 사라져가는 것에의 안타까움, 그 순간의 형언할 수 없는 비애감을 담담하게 보여준 이 한 장, ‘응달의 여인’에게 우리는 다시 이끌릴 수밖에 없다”고 높이 평가했다.

 김종태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만남과 이별이 주는 슬픔이 찰나에서 영원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노래한 작품이다. 이제 뒤돌아보지 않은 채, 이제 머뭇거리지 않은 채 오로지 시의 성전을 향한 길에서 모든 열정을 불사르겠다”고 밝혔다.

 김천 출신으로 김천고를 거쳐 고려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정지용 시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김종태 시인은 1998년 ‘현대시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동안 ‘떠나온 것들의 밤길’, ‘오각의 방’, ‘복화술사’ 등의 시집과 ‘문학의 미로’, ‘자연과 동심의 시학’, ‘운명의 시학’ 등의 평론집 및 연구서를 간행했다.

 수상경력으로는 제4회 청마문학연구상, 제3회 시와표현작품상, 제5회 문학의식작품상 등이 있다.
한편 ‘문학청춘’ 2019년 가을호는 수상자 특집호로 꾸며진다.

 시상식은 11월 9일 오후 6시 서울 대학로 함춘회관에서 ‘문학청춘’ 창간 10주년 기념식과 함께 열리며 김종태 시인에게는 상패와 부상이 수여된다.

<수상작>

응달의 여인

김종태

  여인이 선 자리에 메타세쿼이아 푸른 그늘이 근심처럼 드리워져 있다 그 속에서 더욱 하얗게 물든 여인의 손등이 곱디곱다 봉숭아 붉은 손톱 아래로 낮달이 떠오르는 시간이다

  종아리 쪽이 헐렁한 스키니 진과 보랏빛 플랫슈즈를 신은 여인에게 눈길이 가는 것은 왜일까 짧게 커트한 머리카락의 새치가 가을바람에 반짝이는 여인의 고향은 어디일까 왼쪽 어깨 끈이 늘어난 빛바랜 노란색 배낭에 늦은 오후의 바람은 뜻 모를 이야기로 두런거린다

  햇빛이 놀다간 응달의 지도는 쉬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발아래 땅그림자의 가장자리가 밀려나갈 듯 밀려올 듯, 어쩌면 여인의 얼굴은 서 있는 그 자세로 황혼의 시간을 맞이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기다림이 길어지면 저녁 나무의 그림자가 다가와 입술의 핏기를 훔쳐갈는지도 모른다

  버스가 두어 번 상향등을 누르며 갓길을 밟아온다 나는 푸른색 번호의 버스를 타야 하고 여인은 검정색 번호의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서서히 다가오는 엔진 소리가 철새들 울음처럼 재잘거린다

  만나는 시간과 떠나는 시간이 뫼비우스 띠처럼 이어진 황혼의 문틈으로 두어 번 미소를 나눴을지도 모를 여인이여 어젯밤 꿈속의 꿈에서 코끝을 간질였던 향기의 주인공이여 아니 아니 후생의 모성이여

 이제 다시 언제 만날지 모를 전생의 인연이여

-‘문학청춘’ 2018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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